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 스완네 집 쪽으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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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학교에 가지 않는 일요일이면

공부한다는 핑계를 대고 도서관에 가서 학습실이 아닌 열람실에 자리를 잡았다.

언어영역 성적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학교 공부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 같은 일본소설과 사회과학 서적에 몰두했다.

 

그 때 서가를 지나면서 언젠가 한번쯤 읽어봐야지,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과연 내가 읽을 수 있을까 생각했던 책이 바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명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였다.

 

방대한 양에 질려, 당장은 아니고 언젠가 읽어봐야지 생각했던 그 책을,

그로부터 약 7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읽으면서(이제 겨우 1부를 읽은 것에 불과하지만)

나 역시 잃어버린 시간을 찾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마르셀 프루스트는 청년 시절 사교계의 향락에 빠져 지내다가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사회적인 활동을 모두 접고 집필에 몰두했다.

책을 내주겠다는 출판사가 없어서 고생하다가 낸 책이 바로

그를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어준 바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다.

 

이 책의 1부 '스완네 집 쪽으로'에서는

(마르셀 본인으로 추정되는) 주인공이 화려한 사교계에서 어른의 삶을 즐기다가

어린 시절에 먹었던 마들렌의 맛에 이끌려 그 시절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내용이 나온다.

마치 길을 잃은 아이처럼, 시간의 단절 속에서 방향을 잃어버린 주인공이,

길을 찾듯이, 젊었던 어머니의 모습과 가족들, 하인들의 일과, 교회의 모습, 집주변의 정경을 떠올리는 과정은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신비로웠다.

 

소설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인 스완 씨와 그의 아내가 되는 오데뜨의 사랑 이야기도 볼 만했다.

타인에 불과했던 여인이 어떤 과정을 통해 눈길에 머물고, 마음에 들어오고, 사랑이 되고, 욕망의 대상이 되는지를

너무도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 소설의 곳곳에는 그 시절에 유행했던 문화와 예술이 반영되어 있다.

음악과 미술은 물론이요, 주인공과 스완이 꿈을 통해 정신적인 각성을 하는 점은 당시 활동했던 프로이트의 영향이 엿보인다.

이름이라든가, 현상과 본질, 언어유희 같은 부분은 롤랑 바르트를 비롯한 후대 학자들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다.

 

1부를 다 읽은 지금, 뒷부분이 궁금한데 민음사 판본은 이제 겨우 여기까지 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서 2부를 만나보고 싶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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