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의 세계 (합본)
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장영은 옮김 / 현암사 / 199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소피의 세계]를 처음 만난 건 초등학교 때였다. 같은 반에 또래보다 조숙했던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어느 날 보니 그 친구가 성경책마냥 두꺼운 책을 읽고 있었다. 당시 200여 페이지의 문고본 책을 읽는 게 전부였던 나는 책의 두께에 질려 읽어볼 엄두도 못 내고 그저 '소피의 세계'라는 제목만을 기억해 두었다.

 

십 여 년이 흐른 후, 인터넷 서점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이 책을 다시 마주쳤다. 그 때 보았던 것과 똑같은 표지와 '현암사' 라는 오래된 출판사의 이름을 보니 친구가 책 읽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았던 그 시절로 돌아가는 듯 했다. 16년 전 추억 속의 그 책을 이제는 직접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피의 세계] 는 노르웨이의 작가 요슈타인 가아더가 쓴 철학 입문서이다.  고등학교에서 몇 년 간 철학을 가르친 경험이 있는 저자는1986년 문단에 데뷔하여 주로 어린이와 젊은이를 위한 작품을 썼는데, [소피의 세계]는 그런 저자의 지적 배경과 문학적 소양이 결합된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발간 당시 북유럽과 독일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으며 이듬해에는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세계 35개국에 번역되어 인기를 끌었다.

 

이 책은 '소설로 읽는 철학'이라는 부제대로 소설 형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읽기가 쉽다. 소피의 세계와 힐데의 세계, 이렇게 두 세계로 나뉘어진 액자식 구성이며, 두 소녀가 서로의 비밀을 찾아가는 - 일종의 추리소설 같은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내용은 대부분의 철학 입문서와 마찬가지로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사상부터 중세, 르네상스 시대를 지나 20세기 철학으로 이어진다. 철학 수업을 들은 적이 있거나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익숙한 내용일 것이다.

 

이 책이 여느 철학 입문서와 다른 점은 노르웨이 출신 저자가 쓴 책 답게 북유럽 신화 같은 북유럽 쪽의 소재가 많이 나온다는 것과 철학뿐 아니라 학계 전반에 걸친 남녀 차별 전통에 대한 비판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고대 철학자는 물론 근대 사상가들에 대한 설명에도 반드시 그 인물이 어떤 여성관을 가졌는지에 대한 언급이 있고, 학계에서 흔히 소외되는, 그렇지만 매우 중요한 여성 철학자들을 철저히 부각시켰다. 이런 점이 20세기 말에 나온 [소피의 세계]가 21세기에도 유효하며 가치있는 책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지난 삼천 년의 세월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깨달음도 없이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리

-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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