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 데 플레르 - 플로리스트의 아틀리에 : 째깍째깍 시계초, 달콤한 콩 스위트피
정주희 지음 / 소모(SOMO)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 봄 부모님이 근교 화훼 시장에서 토마토, 딸기, 고추 등 채소 모종 몇 개를 사오셨다. 내가 가족 중 집에 있는 시간이 가장 길다보니 (내가 사온 것도 아닌데) 물 주는 일을 도맡아 하게 되었는데, 가엾게도 주인의 능력 부족으로 대부분은 말라 죽고 생명력 질긴 고추만이 남아 올 가을까지 버텨주었다.

 

그런데 이 고추로부터 배운 것이 참 많다.  그전까지는 그저 물만 잘 주고 햇빛만 잘 쐬게 해주면 식물이 잘 자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잎을 솎아주고 햇빛을 잘 쐬도록 가지의 위치를 바꿔주면 다음날 바로 잎의 색깔이 더 진해지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틔우는 신비로운 경험도 했다.  이런 재미에 사람들이 식물을 키우는구나 싶었다.

 

장르(?)는 다르지만, 플로리스트 정주희 님이 쓴 [꼼 데 플레르] 를 읽으면서 지난 여름을 떠올렸다. 저자 정주희 님은 어릴 때부터 유난히 꽃을 좋아해 언젠가 꽃집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대학에서 조경과 원예학을 전공, 본격적으로 꽃을 시작한지 4년째 되는 해에 파리로 유학하여 프렌치 스타일의 플라워링을 전수받고 활동 중인 플로리스트다.

 

[꼼 데 플레르]는 그녀가 플로리스트가 되기까지의 과정, 플로리스트의 일과, 꽃에 대한 열정부터 지금의 남편과의 러브스토리, 지인들에 대한 애정 등 소소한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다.

 

나는 꽃에 대해 잘 몰라서 그저 '예쁜 책, 사진이나 감상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집었는데, 막상 읽어보니 저자의 글이 마치 꽃처럼 아름답고 에피소드 하나하나도 정감이 넘쳐서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다. 내가 거리나 공원이나 결혼식장이나 파티 같은 곳에서 아무 생각 없이 마주했을 수많은 꽃들이 누군가에게는 이토록 가슴 설레는 애정의 대상이고, 몇 날 며칠을 공들여 만든 예술품이라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으며 앞으로는 좀 더 주의 깊게, 따뜻한 눈으로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에 무심했던 사람은 꽃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되고,

꽃을 좋아했던 사람은 꽃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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