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전쟁 - 금융회사에 털리고 정부에 속는 직장인들을 위한 생존 경제학
원재훈 지음 / 리더스북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아버지는 30년 간 한 직장에서 월급쟁이로 일하셨다. 월급이 많지 않아 어머니는 절약을 늘 강조하셨고, 나와 내 동생은 평생 용돈 한 번 받은 적 없지만, 그래도 아버지 월급이 매달 정기적으로 나왔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요즘 들어 월급쟁이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고 한탄하는 말씀을 하신다. 사업하는 친구분들을 보면 사업이 망하지 않는 한 생계 걱정을 할 필요도 없고, 오히려 외제차를 타고 명품옷을 입으며 사는 반면, 우리 부모님은 연금을 받는 것도 아니요, 퇴직금은 예전에 정산을 다 받아서 당장 퇴직 후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월급생활자 수는 약 1,621만 명. 경제활동인구 중 약 4분의 1이 넘는 인구가 월급쟁이라고 한다. 이만한 인구라면 사회적으로도 목소리가 커야 마땅한데, 이상하게도 월급쟁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나 기관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대기업이나 국가의 '빨대'에 피를 빨리는 존재들로 전락했다.

 

 

"월급은 사이버머니다. 대한민국의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월급생활자에게 월급의 의미는 그런 것이다.

한 달 동안 게임 한 판을 하기 위해 그간 충전해뒀던 포인트가 몇 시간만에 동이 나버리듯

월급날 들어온 돈은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바닥을 드러낸다. ...

월급이 통장을 스쳐간다는 직장인들의 하소연처럼

우리 통장에는 카드회사, 보험회사, 이동통신업체, 각종 공과금 업체, 은행 등

수많은 손님들이 들락거리면서 제 몫을 챙겨간다."

p18

 

 

원재훈이 쓴 [월급전쟁] 은 월급쟁이들이 어렴풋이 느끼면서도 정확히 알지 못했던 경제의 진실과 속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재테크 서적을 읽다 보면 책 내용이 저자의 직업 내지 몸담고 있는 직장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가령 저자가 은행에 다니는 사람이면 은근슬쩍 은행 상품을 추천하고, 부동산 업자면 부동산을 추천하고, 금융업에 종사하면 주식이나 펀드를 추천하는 식으로 말이다. 반면 이 책의 저자는 세법 전문 회계사로 어느 조직의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라서 믿음이 갔고, 기업, 정부, 은행, 카드사, 펀드, 보험, 부동산뿐 아니라 항공사, 학자금대출, 프랜차이즈, 퇴직금과 연금 등 다방면으로 분석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또한 챕터 말미에 독자가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는 조언을 덧붙인 점도 좋았다. (나도 꼭 시작해봐야지!!)

 

 

"애초에 재테크는 부자에게 어울리는 단어다"

p.295

 

 

혹자는 서민이 점점 더 가난해지는 것을 개인의 탓으로 돌린다.곧 죽어도 브랜드를 선호하고, 잘 알지도 모르는 채 카드를 만들고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자기 탓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름 없는 중소기업의 제품은 시장에서 찾아보기도 어렵고, 친척이나 친구의 실적을 올려주기 위해 원하지도 않는 은행상품에 들고, 카드를 만들고, 보험에 드는 것이 비단 개인의 탓일까? (결국 그렇게 들어준 은행상품, 카드, 보험으로 이익을 보는 것은 내 친척, 내 친구일까?)

 

가진 사람이 계속 더 많이 가지는 반면, 못 가진 사람은 가진 사람들의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사회는 바람직한 자본주의 사회의 모습이 아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지금의 사회는 점점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사회로 치닫고 있는 것 같다. 월급쟁이 이야기 에서 사회문제까지, 제법 먼 길을 돌은 감이 없지 않지만, 월급쟁이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보고 저자의 조언들을 실천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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