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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과 선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편은 아닌데 얼마전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읽고부터 급격히 관심이 높아져서 손이 닿는대로 읽고 있다. 마츠모토 세이초의 <점과 선>은 일단 저자의 명성에 끌려서 골랐는데, 다 읽고 나니 명불허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츠모토 세이초는 트릭이나 범죄 자체에 매달리기보다는 범죄의 사회적 동기를 드러내는 이른바 '사회파 추리소설'의 붐을 일으킨 인물이다. 잘은 모르지만 미야베 미유키도 이 계열의 추리소설가가 아닌가 싶다. 그는 1950년 마흔 한 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데뷔하였고, <점과 선>, <모래그릇>, <일본의 검은 안개> 등을 비롯하여 무려 1000편에 이르는 작품을 쓰며 82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일본의 대표적인 추리소설가로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그는 마흔 살이 될 때까지 소설가의 꿈조차 꿀 수 없을만큼 궁핍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의 소설이 주로 음울하고, 사회 기득권층에 대해 끊임없이 쓴소리를 하며 고단한 인생을 사는 민중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 것은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
<점과 선> 역시 표면적으로는 동반자살로 위장된 살인 사건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좀 더 깊게 들어가면 정부 고위 관료의 음모로 인해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식당의 여종업원이 희생되고 정부로부터 하청을 받는 중소업체 사장이 범죄자로 전락하는 모순적인 현실에 대한 비관적인 인식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일단 책을 읽는 동안에는 이야기에 푹빠져서 읽을 수 있었지만,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에는 뭔가 씁쓸하고 어두운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츠모토 세이초의 작품은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여러 편이나 제작이 되었다. 먼저 책으로 읽어보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드라마로도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