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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청소법 - 걸레 한 장으로 삶을 닦는
마스노 슌묘 지음, 장은주 옮김 / 예담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여러가지 집안일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건 빨래, 그 다음이 청소다. 빨래는 너무 쉽다. 세탁기가 알아서 다 해주는 데다가, 잘 빨아진 세탁물을 탁탁 털어 널고, 마르면 잘 접어서 서랍에 넣으면 끝이다. 그에 비하면 청소는 먼지 털기, 쓸기, 닦기, 유리창이나 거울 닦기, 걸레 빨기 등등 거쳐야 하는 단계도 많고, 요즘 나오는 로봇 청소기는 알아서 청소를 한다지만 우리집 청소기는 구형이라 사람 손을 꼭 타야 된다. 하지만 청소를 마쳤을 때의 기분은 빨래를 마쳤을 때 느끼는 보람에 비하면 몇 배는 더 되는 것 같다. 오래 산 집도 마치 새 집처럼 깨끗하고 상쾌하게 느껴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바닥과 물건들을 보면 행복하기까지 하다. 청소라는 것이 단순히 물건을 정리하고 공간을 쓸고 닦는 것만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고 단정히 하는 효과까지 있다는 걸, 제 손으로 청소를 해 본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아름답게 정돈된 공간은 그곳에 머무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아름답게 합니다.
또한 청소를 하는 행위, 그 자체가 사람의 마음을 빛나게 합니다." [스님의 청소법] p.16
마스노 슌묘의 [스님의 청소법]은 몸의 편안을 좇느라 마음의 안식을 얻지 못하는 현대인들이 '청소'를 통해 진정한 자신을 발견하고 불가의 가르침을 얻어 참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쓰여진 책이다. 저자는 일본 겐코지의 주지스님이자 선 사상과 일본 전통 문화를 바탕으로 한 '선의 정원'으로 유명한 정원 디자이너이며, 다마미술대학 환경디자인과 교수,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특별교수로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는 인물이다. 스님이 디자이너라...... 언뜻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일본에서는 정원을 가꾸는 것이 전통 문화이자 불가의 수행법으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고 하니 생각만큼 생경한 일은 아닌가보다.
"집 밖에서 우리는 많든 적든 격식을 차리게 되는데, 말하자면 '임전태세'입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누구나 밖에서 몸을 감싸고 있던 갑옷을 벗고 한숨 돌리겠지요.
공(公)의 얼굴에서 사(私)의 얼굴로 되돌아오는 공간, 그곳이 자신의 집입니다.
절이나 신사에서는 정역(淨域)이라고 합니다. '신불(神佛)이 계신 청정한 공간'이라는 의미입니다.
신불을 섬기는 자는 고귀한 신불에 어울리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그 장소를 철저히 쓸고 깨끗이 닦아 청결하게 합니다.
소중한 자신과 가족이 사는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늘 청결하고 신성한 장소가 되어야만 합니다."
[스님의 청소법] p.22
내 방의 모습은 마음의 모습이다. 방이 지저분하고 복잡하면 내 마음도 지저분하고 복잡하다는 뜻이고, 청결하고 단정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면 마음도 단정하고 청결하다는 뜻이다. 쌓여있는 옷, 쌓여있는 책, 떨어져 있는 머리카락과 휴지, 방구석의 먼지... 이런 것들이 내 방만 더럽히는 것이 아니다.그걸 보는 내 마음도 괴롭고, 그걸 치워야 한다는 생각에 또 괴롭고... 이렇게 악순환이 반복되면 부담이 되고 피로가 된다. 하루에 몇 분이라도 청소를 하는 시간을 내어보면 어떨까? 불가에서는 오전 중과 점심 후, 최소한 하루 세 번은 청소를 한다고 한다. 각자 방을 정리하고 마당을 쓸고 마루를 닦는 과정이 수행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일과 중 일부러 청소하는 시간을 따로 둔 것이다. 속세에서 사는 사람도, 불교를 믿지 않는 사람도 청소를 할 때마다 나름의 '수행'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생각해보면 청소를 할 때마다 얼마나 마음공부가 되는지 모른다. 청소하기가 싫고 귀찮지만 마음을 다잡고 빗자루를 들고 걸레를 빨 때 마음공부 한 번, 놓치기 쉬운 곳까지 구석구석 집중해서 쓸고 닦을 때 마음공부 두 번, 더러워진 걸레를 헹굼물이 맑아질 때까지 빨고 또 빨 때 마음공부 세 번, 그리고 깨끗해진 집 안을 다닐 때, 반짝반짝 빛나는 물건을 대할 때의 기쁨이 또한 마음공부다. 불경 공부를 하고 말씀을 듣는 것만큼 귀한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열심히 무심한 듯 청소를 할 때, 누구나 시원하고 개운해짐을 느낍니다.
그 감각이 이미 깨달음의 길을 걷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스님의 청소법] p.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