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어떻게 뽑을 것인가? - 400명의 억만장자.CEO가 털어놓는 부키 경제.경영 라이브러리 9
제프 스마트 & 랜디 스트리트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라는 말이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어떤 승부에 임하든 승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을 취업 문제에 적용하면, 취업준비생에게 있어 피(彼), 즉 적은 지원하는 기업 내지는 해당 기업의 인사 담당자라고 할 수 있다. 즉, 인사 담당자가 어떤 기준으로 채용을 결정하는지를 알면 취업 성공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지사. 취업준비생의 입장에서 봐도 무작정 나의 이력과 장점만 나열하다가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처음부터 해당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채용을 하는지를 철저히 분석하여 그에 맞춰 대비하면 훨씬 효율적일뿐 아니라 준비 과정에서 미리 그 기업이 자신에게 맞는 곳인지 아닌지도 탐색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다.

 

<400명의 억만장자 CEO가 털어놓는 누구를 어떻게 뽑을 것인가> 는 제목 그대로 전세계 400명의 억만장자와 기업인의 채용 노하우를 집대성하여 기업의 입장에서 최적의 인재를 뽑을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되어 있는 책이다. 저자 제프 스마트와 랜디 스트리트는 세계 1000대 기업에서 신생 기업까지 1만 개가 넘는 기업에 컨설팅을 해온 경영 컨설턴트로, 지금까지 수많은 경영자들을 만나면서 조사한 결과 그들의 가장 큰 고민은 매출신장도 아니요, 이윤 확대도 아닌, 바로 '채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이후 그간의 컨설팅 경험과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의 캐플런 교수의 이론을 결합하여 'A method(A기법)'라는 채용 툴을 개발했다. 이 방식은 현재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채용 툴이며 성공률 90%를 보장하는 획기적인 기법이다.


'A 기법'은 평가표, 탐색, 선발, 설득 - 이렇게 네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평가표는 기업이 채용에 앞서 원하는 인재상과 필요한 직무능력을 고려하여 자체적으로 개발해야 하는 툴이다. 지원자가 내는 이력서는 주관적인 장점만 나열되어 있어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이런 평가표가 필요하다고 한다. 기업이 꼼꼼히 읽지 않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 공을 들이는 건 시간 낭비라는 뜻 같기도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기업의 관점에 맞추어 구체적이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작성하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탐색 단계는 기업의 내, 외부에서 인맥이나 인재 풀(pool)을 활용하여 수시로 채용하는 단계다. 최근 공개 채용보다는 수시로 인재를 찾고 고용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선발 단계는 일반적인 면접 단계다. 지원자와 고용주가 일대일로 만나는 단계인만큼 이 과정이 특히 중요하다. 여기 소개된 채용 기법은 취업준비생들에게는 흔히 '압박 면접'이라고 알려진 면접 기법과 유사하다. 지원자에게 이 압박면접은 말 그대로 '압박'이지만, 고용주에 입장에서 보면 회사에 독이 될 수도 있는 지원자를 가려내기 위한 절실함의 발로다. 나를 공격하고 당황시키기 위해 날카로운 질문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서로 궁합이 맞는지 알아내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라고 받아들여야겠다. 설득 단계는 채용한 인재를 기업에 끌어오는 과정이다. 책에 나온 사례들을 보면 어렵게 채용을 한 인재가 다른 기업을 선택하지 않도록 '구애'하는 과정이 눈물겨울 정도였다. 그렇게 끌어들인 인재가 기업에 수백, 수천배의 이윤을 가져다주기도 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나는 아직 채용을 하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채용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었는데, 읽을수록 채용이라는 문제가 채용되는 사람보다도 채용하는 쪽에게 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느꼈다. 채용되는 사람, 즉 고용인은 채용이 되든 안되든 자기 안위만 신경쓰면 될 일이지만, 채용하는 고용주는 채용된 사람의 실적과 기여도에 따라 기업의 당장 실적은 물론 향후 전망까지 달라지는만큼 채용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마침 최근 자기 사업을 하는 분들을 알게 되었는데 그분들 말씀을 들어보면 사람 뽑는 일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겠다.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새로 뽑힌 사람이 얼마나 일을 하는지, 어떻게 일을 하는지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았다. 이제까지 뽑히는 사람 입장에서만 생각했을 때에는 최대한 내 장점만 어필해서 일단 채용이 되는 것에만 주의를 기울였는데, 뽑는 사람의 마음을 알고부터는 장점이든 단점이든 솔직하게 내보이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보면 채용은 '결혼과 비슷한 문제(p.87)'라는 말도 나오는데, 거짓된 모습을 보였다가 나중에 후회하느니 처음부터 안 맞는 부분은 터놓고 조율할 수 있는 여지를 두는 것이 낫지 않을까.

 

결국 채용도, 경영도 사람이 하는 일이고, 기업이라는 곳도 사람이 만나는 공간이다. 아무리 많은 보상이 주어진들, 아무리 좋은 경영기법이 개발되고 기술이 발달해도 사람이 나쁘면, 사람이 싫으면 고용주나 고용인이나 만족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람 하나 잘못 뽑으면 그 피해는 연봉의 15배다', '일이 아니라 사람이 핵심이다' 라는 경영자들의 한숨 섞인 말이 허공을 맴돌지만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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