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슈퍼사이클 - 불황, 호황 상관없이 시장의 순환에 따라 돈 버는 투자전략
데이비드 스카리카 지음, 송경헌 옮김 / 위츠(Wits)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나의 전공은 정치외교학이다.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며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고 싶다는, 나름대로 큰 포부를 가지고 전공에 임했지만, 알려져 있다시피 정치외교학이라는 전공을 직업으로 살리는 일은 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좋아서 선택한 전공인만큼 학부 시절 내내 열심히 공부했고, 열심히 공부한 내용은 의외로 다양한 곳에서 '써먹을' 수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경제에 대한 화제가 나올 때다. 대학 시절 전공 과목으로 지정학 수업을 들었는데, 어느 날 수업 중간에 교수님이 한 선배가 대학 다니는 내내 공부를 안 했는데도 국제정치에 관한 책 한 권을 마스터하고 투자금융사에 들어갔다는 말씀을 농담 섞어 하셨다. 국제정치를 공부해두면 금융 및 세계 경제를 이해하는 데에도 남다른 감각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 그 때는 그런가보다 하고 들었는데, 나중에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교수님 말씀이 참 옳다고 느꼈다. 정치외교학, 그 중에서도 국제정치학 시간에 배운 내용은 경제학에 접목할 거리가 많고, 그럴 때마다 경제학만 배운 사람들로부터 '신선하다, 독특하다'는 평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레이트 슈퍼사이클>도 그런 맥락의 책이다. 저자 데이비드 스카리카는 1998년 첫 저서 <주식시장의 공포! 다가오는 약세시장에서 성공하는 방법>에서 다가오는 경제 상황을 훌륭하게 예측한 것을 계기로 여러 투자정보지의 집필가로 활약하고 있는 경제 전문가이다. 그런 그가 신간 <그레이트 슈퍼사이클>을 통해 주장하는 바는 '초대형 순환을 예측하고 발빠르게 준비하라'는 것.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경제의 흐름은 몇 십 년 간격의 거대한 순환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이 순환의 흐름을 읽는 것만으로도 시장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초대형 순환에 대한 이론은 국제정치학에서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모델스키 같은 수많은 학자들이 초대형 순환에 관한 이론을 발표했고, 이 흐름을 따라 세계경제는 물론 국제정치의 패권이 바뀐다는 것을 주장했다.

 

저자가 보기에 현재 초대형 순환의 방향은 2차 대전 이후 60여 년이 넘게 세계 패권국으로 자리매김해 온 미국의 파워가 감소하고 있으며, 그에 반해 중국과 인도 같은 아시아의 신흥 세력이 떠오르고 있다고 보았다. 미국의 침체는 향후 몇 년 간 피할 수 없는 흐름인데, 그 중에서도 중산층의 위기가 가장 심각한 문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산층의 부채 증가는 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세수가 줄어들면 정부는 재정 적자를 피할 수 없고 가뜩이나 높은 정부부채 비율이 더 높아질 것이다. 이로 인해 경기는 좀처럼 활황이 되기 어려우니 적어도 향후 5년 간 주식 투자는 피하라는 것이 저자의 조언이다. 반면 아시아의 파워는 앞으로 계속 상승할 것인데, 그 중에서도 중국과 인도 시장은 막강한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같은 아시아권인 일본과 우리나라, 대만 등도 투자 대상으로 적합한 나라로 분류했다. (p.301)

 

저자는 주식 투자를 피하는 대신 어떤 종목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첫째는 금과 은. 이미 언론을 통해 금과 은을 비롯한 귀금속, 광물 투자가 각광 받고 있다는 보도가 수차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아직도 금과 은이 저평가 상태라고 예측했다. 둘째는 상품투자, 셋째는 국제투자이다. 저자는 '비관을 사라'며, 비관적일만큼 저평가된 시장을 찾아서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대표적인 예가 인도의 타타 자동차다. 저자는 타타 자동차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 전에 이미 이 기업을 발견하고 투자를 한 경험이 있다. 투자 당시 '인도산 자동차를 누가 사냐', '밥을 굶을 만큼 가난한 인도 사람이 자동차를 사겠느냐' 등 비관적인 조언이 잇달았지만 과감하게 투자했고, 지금은 오히려 너무 매도를 빨리 해서 안타까울 지경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성공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타타 자동차 건만큼 성공적인 투자를 하려면 국제 정세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과 시장 전체를 관망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초보자가 저자의 말만 믿고 '비관을 산다'며 무작정 투자를 했다가 쪽박을 차는 경우는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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