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리더십 - KBS스페셜, 나를 행복하게 할 리더는 누구인가?
이재혁.K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서승범 정리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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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IPTV로 올해 초에 방영된 KBS 스페셜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았다. 제목은 <행복의 리더십>. 올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들의 리더가 바뀌는 중요한 해다. 이런 시점에서 과연 이 시대가 어떤 리더를, 어떤 리더십을 원하는지 알아보는 내용의 다큐멘터리였다. 최근에 방영된 방송은 아니지만, 마침 이번주에 주요 대선 후보가 공식적으로 출마 선언을 하면서 대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급상승한터라 나 또한 이번 대선과 대선 후보들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자못 진지하게 보았다.

 

책 <행복의 리더십>은 바로 동명의 KBS 스페셜 다큐멘터리를 활자로 옮긴 책이다. 방송 내용이 알차게 반영된 책이라서 미처 방송을 보지 못한 독자라도 제작진의 의도와 방송의 흐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책을 먼저 읽고 방송을 본 다음 다시 책을 읽었는데, 방송은 여러가지 시각적인 자료가 제시되어 보는 재미가 있었고, 책은 한문장 한문장 곱씹으면서 리더와 리더십에 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저자 이재혁 KBS 스페셜 PD는 서문에서 먼저 왜 하필 제목을 '행복'의 리더십이라고 지었는지 이유를 밝혔다. 보통 리더십 하면 카리스마, 권위, 권력 같은 단어를 떠올리지 행복 같은 감상적이고 낭만적인 단어는 연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처음에는 제작진조차도 이 제목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는 현재 대한민국 사람들이 원하는 리더는 이전 시대의 리더들처럼 카리스마가 있는 리더, 권력을 휘두르는 리더가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는 리더, 다양한 계층을 융화시키는 리더, 나의 고민을 듣고 같이 노력해주는 리더 - 즉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리더'라고 보았다. 현대인들은 더 이상 나라를 위해, 민족을 위해 나의 권리를 침해하는 리더를 원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나의 권리를 지켜주고,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리더를 원한다. 그렇다면 어떤 리더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저자와 제작진은 역사와 외국의 사례, 여러 학문을 넘나들며 답을 구했다.

 

현재 우리 사회가 리더에게 가장 원하는 덕목은 바로 '소통과 공감' 이다. 소통과 공감을 실천한 리더로 소개된 사람은 바로 브라질 전 대통령 룰라다. 룰라 라는 이름만 들어도 기분이 유쾌해지고 춤을 추고 싶어지는 건 나뿐일까? 그는 이름만 즐거운 것이 아니라 정치도 즐겁게 했다. 브라질의 빈곤퇴치를 위해 '불사 파밀리아 프로그램' 등 여러 사회적 투자 사업을 시행하며 성공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고, 빈민층뿐 아니라 중산층, 부유층 모두와 소통하고 공감하며 계층을 융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임기 종료 직전 그의 지지율은 무려 83퍼센트. 이른바 '삼바 리더십'이라고 불리는 그의 리더십은 역사상 전례가 없는 성공사례로 남았다.

 

소통과 공감을 몸소 실천한 역사적 인물로는 전 영국 수상 처칠이 있다. 세계대전이라는 최악의 위기에서 처칠은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공감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상징인 'V'자는 전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의 표시이기도 했지만 실의에 빠진 영국 국민들을 위로하고 함께 승리하자는 제스처이기도 했다. 그의 리더십 스타일은 동시대 인물인 히틀러와 자주 비교 되는데, 히틀러는 작위적이고 연출된 모습을 보이면서 자신을 우상'화'한 반면, 처칠은 언제나 진심을 담아 말했고, 수상이기 전에 영국 국민의 일원으로서 소탈하고 진솔한 모습을 보이며 우상으로 여겨지길 거부했다. 역사가 누구를 진정한 우상으로, 위인으로 기억하는지 우리는 그 답을 알고 있다.
 

소통과 공감 못지 않게 중요한 리더십의 요소는 바로 '정의와 책임' 이다. 정의 하면 우리나라에 '정의 신드롬'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었던 베스트셀러 도서 <정의란 무엇인가>가 저절로 떠오른다. 최근에는 '위로', '힐링'이라는 단어가 유행인데, 어쩌면 이 또한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로하는, '정의 신드롬'의 여파가 아닐까 싶다. 사람들이 이토록 정의를 갈망하는 것은 이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정치 지도자들의 잇따른 추문,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야기한 월가의 불합리와 부정 등 최근 몇 년 간 전세계적으로 사회 지도층에 대해 실망하고 불신하게 만드는 사건이 유난히 많았다.

 

그 결과 이 시대는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도 먼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길 요구하고, 정치인들은 전보다 더욱 정의롭고 투명하고 책임과 의무를 다하길 기대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경영인 이나모리 가즈오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인 중 한 사람이다. 이전에 그의 저서를 몇 권이나 읽은 적이 있어서 책에 그의 사례가 소개된 것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그가 현재 CEO로 취임한 일본항공은 일본 국민들조차도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대표적인 부실 기업이었다. 그런 기업을 떠맡은 것은 이제까지 승승장구해온 그의 커리어에 오점을 남길 수도 있는 위험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그는 개인적인 성공보다도, 일본 내에서 기업을 제일 잘 아는 기업가이자 사회의 일원으로서 먼저 사회적 책임을 져야겠다고 판단했다. 현재 일본항공은 기적적으로 회생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리더는 또한 보통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비전을 가지고 사회를 혁신해야 한다. '혁신과 미션'의 예로는 핀란드의 첫 여성 대통령 타르야 할로넨을 들 수 있다. 나는 이분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 처음 보았는데 너무 인상적이어서 따로 자료를 더 찾아볼 생각이다. 핀란드는 2,3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처럼 수출 주도형 국가였다고 한다. 그러나 수출형 성장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고, 핀란드의 지도자들은 계속 수출을 할지, 아니면 사회복지국가로 전환할지 선택을 해야 했다. 그들은 '얼마나 열심히 일하느냐보다 얼마나 일에서 재미를 찾고 책임감과 보람을 느끼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보았고, 그 결과 현재 핀란드는 성장과 복지를 모두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국민들의 행복지수도 높은 나라가 되었다. 지금 우리나라도 계속 수출 주도형 성장만 추진할지, 아니면 사회복지의 비중을 늘릴지 결정해야 할 기로에 놓여있다. 새로 뽑힐 리더가 어떤 선택을 해야 국민들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나는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핀란드를 보며 2,30년 후의 대한민국, 2,30년 후의 내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이외에도 반기문 UN 사무총장, 왕가리 마타이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 은행 전 총재,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 故 이태석 신부 등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리더십의 모범을 보인 리더들이 소개되었으며, 이집트 민주화 시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칠레 광부들의 기적적인 구출 등 국제적인 사건, 사고에서 나타난 리더십 분석이 더해져 최근 몇 년 간에 나타난 중요한 리더십 사례는 모두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사례들이 단편적으로 서술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에는 어떤 함의를 주는지, 그리고 나 자신의 행복과는 어떻게 연관을 지을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끔 구성된 점이 좋았다.

 

 '행복의 리더십'이라는 제목을 지은 저자의 의도처럼, 좋은 리더십은 결국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개인들의 행복의 총합이 커지는만큼 나라도 행복해질 것이다. 올해 말 대한민국 국민은 앞으로 5년 동안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리더를 뽑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한다. 내 한 표가 나의 행복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리더, 나라를 행복하게 만드는 리더를 뽑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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