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 벅의 인생 수업 - 여자를 위한 아름다운 고전 딸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2
펄 벅 지음, 이재은 옮김 / 책비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줄곧 초등학생용 동화나 위인전 같은 책만 읽다가 중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어른들이 보는 세계문학 코너에서 고른 책이 펄 벅의 <대지>였다. 여성 작가로서는 드물게 노벨문학상을 수상했고, 미국인 여성의 시각에서 중국의 사회상이 반영된 소설을 썼다는 것이 어린 눈에도 퍽 신기하고 멋지게 보였던 모양이다. <대지>를 읽고 나서 <대륙의 딸들> 같은 중국 관련 소설을 줄줄이 읽기 시작했으니 나에게 펄 벅은 제법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그로부터 십 여 년이 흐르고, 이번에 나는 펄 벅을 소설이 아닌 자기계발서로 만났다. 제목은 <펄 벅의 인생 수업>. 부제는 '여자를 위한 아름다운 고전'이고, 책 소개글로는 '대문호 펄 벅이 전하는 여자라면 한 번쯤 읽어야 할 아름다운 인생의 지혜'라고 되어있다. 일단 나는 소설가인 펄 벅이 자기계발서를 썼다는 점이 신기했다. 물론 당시에는 지금처럼 자기계발서라는 장르가 유행하지 않았으니 펄 벅이 자기계발서를 썼다고 보기는 어려울 지 모르나, 내용상으로 봤을 때 요즘 나오는 자기계발서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오히려 펄 벅 특유의 -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문화와 미국의 문화를 비교하는 글 전개 방식이 더해져서 읽는 재미도 있고 설득력도 있었다.

 

펄 벅은 이 책 외에도 <딸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등 여성을 위한 글을 많이 썼다. 펄 벅은 서문에서 '여성들을 몰아가는 파시즘의 경향(pp.8-9)'을 우려하여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당시는 제 2차 세계대전 무렵으로,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참정권이 인정되던 그 전까지의 추세가 수그러들었다. 펄 벅은 이런 서구 사회를 비판하는 동시에 여성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역설했다. 당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등 서양 국가들에 비해 훨씬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은행장으로, 사업가로 성공하는 여성들을 종종 볼 수 있었고, 일 하는 여성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집에 있는 여성도 어머니이자 아내, 집의 안주인으로서 당당하게 자기 역할을 해냈다. 반면 서구의 여성들은 사회 진출의 문이 넓혀졌는데도 의욕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사회 활동을 하는 여성들을 질투하고 비하하며 열등감을 드러냈다. 펄 벅은 이러한 세태를 꼬집으며 여성으로서 보다 자기 실현을 하며 살라고 주문했다.

 

뿐만 아니라 여성성의 정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좋은 아내가 되고 현명한 어머니가 되는 것은 여자로서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지, 그것만이 여자가 할 일인 것은 아니다. 펄 벅은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삶은 여성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지만, 그 특권이 자기 삶의 발목을 붙드는 족쇄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이러한 내용의 글은 요즘 나오는 자기 계발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펄 벅의 글은 지금으로부터 약 70년 전에 쓰여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아직까지도 당시 펄벅이 기대했던 만큼 여성의 사회 진출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방증이 아닐까. 펄 벅의 글을 사랑하고, 여성으로서의 삶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누군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은 무수히 많다. 단지 지금껏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은 여성이라는 특권에 빠져 지내면서 사회현상을 지각하는 능력이 뒤처졌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죽은 사람처럼 살고 싶은가? 자신을 매몰시키고 주위 사람들까지 구덩이로 끌어들여 불행을 재생산하고 싶은가? 선택은 이 글을 읽는 여성 자신의 몫이다.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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