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연의 독설 - 홀로 독 불사를 설, 가장 나답게 뜨겁게 화려하게
유수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대학 시절 서점 한 켠에서 유수연의 첫 에세이 <20대, 나만의 무대를 세워라>를 만났던 때가 생각난다. 유명하지 않은 대학에 재수로 들어가 4학년 때 돌연 유학을 결심, 치열한 유학 생활과 직장 생활 끝에 한국으로 돌아와 영어강사로 변신했고, 현재는 연봉 10억원에 달하는 스타 토익 강사이자 경영자로서 대단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유수연. 그녀의 뜨거운 열정과 부단한 노력이 묻어나는 인생 스토리를 읽으며 나도 많은 자극을 받았고 동기 부여가 되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르는 동안 그녀는 여전히 정상의 위치에 있고, 나는 대학을 졸업한 뒤 몇 번의 시험에 낙방한 끝에 인생을 좌우할 선택을 했다. 최고의 강사와 바람 잘 날 없는 사회초년생 - 나와 그녀 사이의 거리는 여전히,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책 한 권을 통해 그녀를 다시 만났다. 바로 그녀의 신간, <유수연의 독설>로.

  

독. 설. '나만의 무대를 세우라'든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길을 찾았다'던 저자의 예전 저작들과는 다르게 터프하고 비정한 느낌마저 드는 제목이다. 무엇이 지난 몇 년 사이에 저자를 이토록 대담하게 바꾸었을까? 책을 읽어보니 저자를 바꾼 것은 다름 아닌 대중이 아닐까 싶었다. 잦은 TV 출연과 강연, 그리고 얼마전 '스타 특강쇼' 출연으로 저자에게 열광하는 팬도 늘었지만, 저자의 솔직하고 대담한 화법을 안 좋게 보는 시선도 늘었다고 한다. 그런 시선 앞에, 저자는 피하거나 숨는 대신 당당히 맞서는 쪽을 택했다. 대중에게 미움받지 않으려고 착한 척, 겸손한 척 하는 대신, 나는 이방인이다, 행복한 마이너리티다, 고독한 승리자다, 내가 이렇게 성공하는 동안 당신들은 무엇을 했는가 - 이렇게 반문하는 것이 '유수연 스타일'이다.

 

저자의 글 속에 자주 나오는 단어들을 보면서 일련의 대립항을 발견할 수 있었다. 대중, 다수, 구속, 개성 상실, 비겁함. 그리고 그에 맞서는 고독, 자유, 만족, 행복, 개성. 유수연은 단연 후자에 속하는 인물이다. 대중의 뜻에 따르지 않아 욕을 먹고 시기와 질투를 받아도, 비겁하게 그들의 기대에 맞추거나, 학교나 회사 같은 더 큰 권위에 기대는 대신, 자기 이름 석자를 믿고, 인생을 증거로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저자가 고독하지만 행복한, 이 세상에 몇 안 되는 승리자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앞으로 이 사회에 힘이 되어줄 20, 30대 젊은이들에게, 무한 가능성과 능력이 있음에도 주저앉아 있는 청춘들을 위한 채찍이다. 당근은 없다. 그들의 당근은 감히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당근, 즉 그들의 미래는 내 능력보다 더 원대하다. 젊음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무한대이며 그들의 파괴력은 함부로 가늠하거나 논할 수 없다. 이 시대의 청춘들은 약자가 아니다. 단지 아직 스스로를 드러내지 못한 것뿐이다. (서문 중에서)

 

 

'과연 독기를 가지고 사는 것이 좋은것인가'라는 식으로 방어하지 마라.

그럼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평생을 흐리멍덩하게 사는 것은 좋은 것인가? (P.58)

 

 

그대가 할 일은 그대가 찾아서 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그대가 해야 할 일이 그대를 끝까지 찾아다닐 것이오. -조지 버나드 쇼

 

 

노력이란 내가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내게 주어진 것을 노력해서 해내는 것이다. 나의 노력이 내 방 안에서, 혹은 자기만족에서 끝나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면, 이 사회에서 인정받고 빛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요구되는 노력들에 대해 먼저 증명해야 한다. (P.93)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몰라도 애플사의 창업주인 故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와 일치하는 부분을 몇 가지 발견했다. 유명하지 않은 대학을 나와 자기 힘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도 비슷하고, 젊은이들의 멘토라는 점도 같다. 정상의 자리에서도 끊임없이 도전을 시도하는 점은 'stay foolish, stay hungry' 정신과 비슷하다.

 

무엇보다도 내가 인상적으로 느낀 점은 MBA를 나온 경영학도이면서 오랜 유학생활로 영어를 잘하는 데다가 남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라는 점을 접목하여 자기만의 영어 강의 사업을 시작한 저자의 인생 궤적이 그 유명한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에 나온 'connecting the dots' 스토리와 일맥상통한다는 점이다. 살면서 지나왔던 궤적들을 이어 인생으로 연결시킨다는 뜻의 'connecting the dots' 스토리는 그냥 들으면 아주 멋진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이를 자기 삶에 적용하는 것은 매순간 최선을 다 하고, 잘났든 못났든 자신의 삶의 파편들을 모두 끌어안을 수 있는 포용력과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자기 삶을 참 알차고 단단하게 꾸려나가고 있는, 다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분다 해도 쓰러질 걱정이 없기에, 쓰러진다 해도 다시 일어날 힘이 있기에, 남의 눈과 입을 두려워하지 않고 담담하게 독한 말을 거침없이 쏟아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보통 독설 하면 독만 남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책은 독보다 '설(說)'이 남은 케이스다. 앞으로 저자 유수연의 활약을 계속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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