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생각들 -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52가지 심리 법칙
롤프 도벨리 지음, 두행숙 옮김, 비르기트 랑 그림 / 걷는나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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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스마트한 생각들>이라서 '이 책을 읽으면 똑똑해질까?' 하는 생각에 집어들었다. 그런데 목차를 보고 살짝 실망했다. 심리 법칙에 관한 책이라고 해서 장르상 심리학 책인줄 알았는데 오류에 관한 책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종류의 책은 이미 여러 권 읽어봤기 때문에 식상한 내용이 아닐까 짐짓 걱정부터 들었다.

 

하지만 서문에 저자가 '블랙 스완' 이론의 주창자인 경제학자 나심 탈레브와의 만남을 계기로 심리학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이 책을 쓸 수 있었다는 글을 읽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저자가 아주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인생의 행로를 바꾼 것처럼, 어쩌면 나도 이 책과의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인생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뭐 그런 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블랙 스완' 이론대로, 인간이 모든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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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읽게 된 책 <스마트한 생각들>은 심리 법칙 중에서도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히 저지르는 생각의 오류 52가지가 소개되어 있다. 단순히 소개만 되어 있다면 식상했을텐데, 이 책은 그러한 오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방법, 즉 어떻게 하면 스마트하게 생각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법(way of thinking)까지 소개한 점이 장점이다. 그러다보니 심리학 이론에 관한 사회과학서 같기도 하고, 삶의 지혜가 담긴 자기계발서 같기도 해서 여러 분야에 걸쳐 스마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 책에 소개된 생각의 오류 중에는 정말 바보스러운, 하지만 나도 모르게 일상 속에서 빈번히 저지르고 있을 법한 실수들이 아주 많았다. 가령 이런 것. 흔히 몸짱 수영 선수나 강사를 보면 수영을 해서 몸이 좋아졌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수영 선수들을 보면 헬스 트레이너들처럼 몸이 아주 좋은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러니 수영을 해서 몸이 좋아진 게 아니라 몸이 좋아서 수영을 하게 된 것이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뿐만 아니라, 화장품 광고에 나오는 여배우들은 특정 화장품을 써서 예뻐진 게 아니라 원래 예쁘고, 모델이 좋은 옷을 입어서 멋있게 보이는 게 아니라 원래 그들은 핏이 좋다는 사실 등등 (써놓고 보니 슬퍼진다) 인과적 오류를 범하기 쉬운 사례들이 많았다.

 

'최악의 순간이 최고의 기회다', '오늘을 즐겨라' 같은 격언 속에도 생각의 오류가 숨어 있다고 해서 놀랐다. 하도 많이 들어본 말이라서 당연히 맞다고 여겼고, 힘들 때마다 이런 격언에 위로 받았는데,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이렇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이론이나 문장에 대해 다른 각도로 바라보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과정을 통해 사람은 스마트해지는 것인가보다. 뭐든 쉽게 쉽게, 남들이 하는대로 생각하고 사는 건 편하지만, 그만큼 인간으로서는 멍청해지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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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기기들이 인간의 뇌를 멍청하게 만들고 있다는 말이 있다. 진짜 스마트해져야 하는 것은 인간이 쓰는 기기가 아니라 인간 자신인데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내가 전보다 더 스마트해졌을까? 그건 단언할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 내가 전혀 스마트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인 것 같다. 뭐 그건 전에도 잘 알고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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