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르는 숲 - 미국 애팔래치아 산길 2,100마일에서 만난 우정과 대자연, 최신개정판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 동아일보사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나서, 그 때부터는 앞으로 어떤 스타일로 글을 쓰면 좋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문학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전문 지식을 전하는 사람도 아니니, 쉬우면서도 약간의 무게가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그 때 떠오른 사람이 바로 빌 브라이슨. 이전에도 그의 책을 여러 권 읽어보았는데, 글 자체는 간결해서 읽기 쉽고 유머가 많아서 읽는 내내 낄낄거리게 되지만, 책을 덮을 때에는 왠지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 참 좋았다.

 

 

나는 트레일이 지겨웠지만 여전히 이상하게도 그것의 노예가 되었고, 지루하고 힘든 일인 줄 알았지만 불가항력적이었으며, 끝없이 펼쳐진 숲에 신물이 났지만 그들의 광대무변함에 매혹되었다. 나는 그만두고 싶었지만,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싶기도 했다. 침대에서 자고 싶기도 하고 텐트에서 자고 싶기도 했다. 봉우리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어했고, 다시는 봉우리를 안 보았으면 싶기도 했다. 트레일에 있을 때나 벗어났을 때나 항상 그랬다. "모르겠어. 그렇기도 하고 안그렇기도 하고. 너는 어때?" 그는 내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라고 말했다. (p.411)

 

 

이 책은 저자 빌 브라이슨이 친구 카츠와 함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종주하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다. 여행기, 종주기의 성격을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빌 브라이슨 하면 떠오르는 풍부한 지식과 시원한 유머가 이 책에도 유감 없이 발휘되어 있어서 빌 브라이슨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도 사랑하게 될 것이다.

 

책에 보면 등산가나 모험가뿐 아니라 신혼여행 대신 혹은 서로의 호흡을 맞춰보기 위해 험한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종주하는 신혼부부가 나오는데, 나도 편하게 쉬는 여행 대신 이렇게 조금은 힘들어도 기억에 남고, 평생 함께 갈 사람을 남길 수 있는 여행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숲이, 산이 나를 부르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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