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 상처받지 않고 사람을 움직이는 관계의 심리학
양창순 지음 / 센추리원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번, 많게는 수백번씩 다른 사람을 본다. 지하철 안에서 서서 갈 때 내 앞에 앉은 사람의 정수리를 보기도 하고, 앞서 가는 사람의 등을 보기도 하고, 고개 숙인 사람의 목 뒷덜미를 보기도 한다. 얼굴은 수없이 많이 본다. 하지만 자기 자신은 무슨 수를 써도 '온전하게' 볼 수가 없다. 자기 정수리를 온전히 본 일이 있는가? 내 등, 내 뒷덜미를 바로 본 적이 있는가? 사진을 찍어서 볼 수는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진이라는 물체를 통해 만들어진 '상[image]'이고, 거울로 본다 해도 그것은 역상, 즉 반전된 이미지다. 얼굴 역시 마찬가지. 내 얼굴을 바로 보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내 마음은 바로 볼 수가 있을까?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본다. 하지만 내 마음을 보는 것은 어색하고 불편하다. 마치 내 정수리, 등, 뒷덜미, 얼굴을 바로 보는 것처럼 스스로의 힘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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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를 읽으면서 악한 사람도 자기 스스로를 착하다고 생각한다는 얘기가 떠올랐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뒤에서 험담하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저는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우리가 남을 보듯이 자기 스스로를 볼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대인관계클리닉 원장 양창순이 쓴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그랬다. 남들은 다 욕하는데 저 혼자 잘난 맛에 취해 사는 사람도 있고, 남들이 보기엔 아주 괜찮은 사람인데 부정적인 자아상에 갇혀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사람들, 은근히 주변에 많다. 나는 그 사람 때문에 힘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닌데 눈치를 주어도 캐치를 못 하는 사람, 내가 보기엔 아주 괜찮은 사람인데 만나면 늘 자책하고 하소연만 하는 사람... 어느쪽이든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 사람들 모두 스타일은 다르지만 자기 모습과 마음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만약 이 사람들이 자신을 들여본다면, 아주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된다면 세상은 얼마나 편해질까? 스스로 편해지는 것은 두말 할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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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 책에서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방법 몇 가지를 소개했다. 그 중 인상적이었던 것 하나는 바로 '과거 들여다보기'. 심리학이나 정신분석에 관한 책을 읽으면 어김없이 나오는 주제가 바로 과거, 그 중에서도 가족, 그 중에서도 부모님에 관한 것이다. 부모님을 비롯해 가정환경, 어린시절, 학교생활 등 과거에 있었던 일과 그로 인한 기억들은 그 사람을 만든 밑거름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트라우마가 되기도 하고, 족쇄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과거를 무심하게 끌어안고 갈 수만도 없고, 아예 잊어버릴 수는 더더욱 없다. 대신 과거를 미래의 자산으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쉽지 않은 과정이겠지만, 좋은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인 것 같다.

 

또한 부정적인 자아상으로부터 벗어나 긍정적인 자아상을 만드는 방법도 소개가 되어있다. 그 중 하나는 '긍정적인 말 하기'.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불렀던 노래 '말하는 대로'의 노랫말처럼, 사람은 평소에 말하는 대로 된다. 평소에 부정적인 말만 하고 심지어 욕까지 하는 사람 치고 좋은 사람 없고, 잘 되는 사람 없다. 반면 같은 내용이라도 공손하고 예쁘게 말하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스스로도 자신에 대해 더욱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게 되고 자신감이 생긴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매너 지키기'. 저자의 말로 하면 '머리 나쁜 사람은 매너도 나쁘다'. 머리 나쁜 사람은 남들이 어떻게 보는지도 모르고, 매너 없이 굴었던 것도 바로 까먹어서 결국 계속 매너 없는 사람이 된다. 반면 머리 좋은 사람은 남들이 나 때문에 상처 입지는 않는지 잘 캐치할 수 있고, 행여 실수를 했더라도 바로 고치기 때문에 매너 좋은 사람이 된다. 그러니 머리가 좋다면, 아니면 머리가 나빠도 조금만 머리를 쓰면 얼마든지 매너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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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양창순 선생님은 정신의학뿐 아니라 심리학, 자기계발, 경제경영 서적에도 자주 인용되는 분이셔서 (바로 어제 읽은 경제경영 서적에도 이 분 글이 많이 인용되어 있었다.) 전부터 저작을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읽어보았다.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서 앞으로 이분의 저작을 계속 찾아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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