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부자들은 모두 신문배달을 했을까 - 춥고 어두운 골목에서 배운 진짜 비즈니스
제프리 J. 폭스 지음, 노지양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미국 드라마 <모던 패밀리>를 보면 클레어와 필의 아들 루크가 신문배달을 하기로 약속해놓고 늦잠을 자서 엄마 클레어가 대신 자전거를 타고 낑낑대며 신문배달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상황 자체도 참 재밌고 우습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고작 초등학교 4,5학년 정도일 루크가 어른도 하기 힘든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게 참 신기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이 신문배달이 가장 흔한 첫 직업, 아르바이트라고 한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 억만장자 중 대부분이 밑바닥에서부터 스스로 성공을 일군 자수성가형 인물들인데, 이들이 가졌던 첫 직업 중 가장 흔한 것이 바로 신문배달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루크가 신문배달을 한 것은 신기한 일이 아니라, 재벌가에 태어나지 않은 이상 미국 청소년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볼만한 첫 직업, 첫 아르바이트였던 셈이다.) 신문배달로 지금의 성공의 발판을 닦은 인물 중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 인사들, 성공한 CEO들이 참 많다. 대표적인 인물들의 이름만 들어도 워렌 버핏, 잭 웰치, 월트 디즈니, 톰 크루즈, 패트릭 맥거번 등 한명 한명 대단하다.

 

그 중에서도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 버크셔 해스웨이 회장은 1940년대 신문배달을 해서 번 종잣돈 5000천 달러로 '투자의 귀재'라는 지금의 명성을 얻었다고 한다. 최근에 열린 어느 언론인재단 행사에서는 예전 신문팔이 소년 당시의 복장을 입고

직접 고안한 신문 접는 방법, 신문팔 때 불렀던 노래 등을 재연하여 관중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 그 시절에 단돈 1페니도 아껴썼던 습관이 지금까지도 이어져서 늘 절약하고 검소하게 사는 워렌 버핏, 참 대단한 사람이다.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명사들 중에 소년 시절 신문배달을 했다고 고백한 이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신문배달과 부와 명예, 즉 사회적인 성공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제프리 폭스의 <왜 부자들은 모두 신문배달을 했을까>를 읽으면서 그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책에는 '레인'이라는 소년이 신문배달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경영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을 배우고 훗날 경영대학원, 즉 MBA에 진학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레인은 야구를 좋아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이 가장 행복한, 그야말로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의 권유로 신문사 배달부 면접을 보게 된다. 그런데 이 녀석, 재주가 보통이 아니다. 열세살이면 일은커녕, 면접이 뭔지도 잘 모를 나인데, 나름대로 신문배달에 대해 생각도 해보고 주변사람들한테 리서치까지 해서 신문사 담당자의 마음을 확 사로잡았다. 결과는 당연히 합격! 그 자리에서 바로 신문배달부로 채용이 되었다.

 

그러나 이야기는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레인은 신문배달을 하면서 여러가지 문제에 부딪혔다.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괴로웠다. 구독자들의 주문에 맞춰주는 것도 힘들고, 트러블도 종종 생겼다. 그러나 그 때마다 레인은 어른들의 의견을 듣고 곰곰이 궁리해서 슬기롭게 해결하고, 발품을 팔아 고객을 더 확보하기도 하고, 다양한 홍보전략을 활용하여 주변 상인들에게도 이득이 돌아가도록 '윈-윈 전략'을 구사하기까지 했다. 훗날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며 그 때 몸으로 익혔던 교훈들이 실제 마케팅, 경영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법들이라는 것을 알고 레인도, 그리고 나도 놀랐다 ^^ 평범한 '신문팔이 소년'이었던 레인이 어엿한 '사업가'로 성공할 줄이야!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의문도 들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신문배달을 하다가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만약 자녀가 신문배달을 시작하겠다고 하면 쌍수들고 반길 우리나라 부모가 얼마나 될까? 한창 공부하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놀 나이에 너무 돈 생각만 하면 못 쓴다고 말리는 어른들이 더 많을 것이다. 사실 나도 이 책을 처음 읽을 때 그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에 반해 미국은 자녀가 스스로, 또는 부모가 시켜서라도 어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에 대해 배우는 문화가 깊이 자리잡고 있다. 얼마 전에 읽은 수지 웰치(잭 웰치의 부인)의 '10-10-10'에서도 저자가 최초로 해본 아르바이트가 어머니가 소개해준 가게 점원일이었다고 했고, 역시 얼마 전에 읽은 다른 책에서도 고등학생 아들이 '드디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며 어머니가 기뻐하는 대목이 있었다. 어쩌면 그런 문화의 차이가 우리나라에서 더 많은 부자, 더 많은 명사의 탄생을 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은 그 반대?) 생각해볼 일이다.

 

또 하나 의문이 든 것은 바로 팁, 즉 인센티브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팁을 주거나 기본 급료 외에 인센티브를 받는 문화가 아직 널리 퍼져 있지 않다. 반면 미국은 이런 신문배달 같은 일만 해도 기본급여가 없거나 적은 대신 잘 하는 만큼 팁이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레인처럼 열심히 일하는 신문배달부한테는 동기부여도 되고, 그 결과 또래 아이들이 벌기 힘든 돈을 벌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약 매달 고정된 돈을 받는 것에 그쳤다면 레인이 그렇게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마음이 들었을까? 나는 아닐 것 같다.

 

내용도 참 재미있지만, 경영과 마케팅, 그리고 직업에 대한 자세 등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마음에 쏙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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