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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미래 - 10년 후, 나는 어디서 누구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린다 그래튼 지음, 조성숙 옮김 / 생각연구소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할아버지는 농부이시고, 외할아버지는 글씨를 잘 쓰셔서 면사무소에서 공문서에 글씨 쓰는 일을 하다가 상경, 인쇄소를 운영하셨다. 아버지는 20대에 몇 달 간 사식 학원을 다니고 행정병으로 입대하셨고, 어머니는 고등학교 졸업 후 타이피스트로 취직, 비서로 일하셨다. 사식, 타이피스트, 인쇄소, 농부, 비서... 농부를 제외하면 다른 직업들은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하나는 글씨를 쓰는 직업이라는 것. 친가, 외가쪽 모두 글씨에 재능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정적인 직업, 사무직이라는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공통점 하나는,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더 이상 존재하지 않거나 사라져가는 직업들이라는 것이다. 

 

경기에만 부침이 있고, 패션에만 트렌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일, 직업의 세계도 부침이 있고 트렌드가 있다. <일의 미래>의 저자인 린다 그래튼도 두 아들이 희망하는 직업이 계속 존재할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 책을 구상했다고 한다. 저자의 두 아들 중

한 아이는 기자, 한 아이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로서는 기자, 의사 모두 멋진 직업이고 아이 둘 다 꿈을 가지고 있다니 참 흐뭇했다. 하지만 경기 흐름을 읽고 기업의 비전을 제시해주는 경영 컨설턴트로서는 걱정이 앞섰다. 그도 그럴 것이 기자는 수 년 사이에 없어질 직업 중 하나이고, 의사는 업무환경이 지금과 매우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적성에 잘 맞을 것이라는 아이의 예상이 틀리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일의 미래'라는 제목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세계 30개국 200여명의 CEO들로부터 앞으로의 직업 세계, 업무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지 의견을 듣고, 연구, 분석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을 2025년 어느 날의 가상의 인물들의 하루 일과로 구성하여 재미있게 제시했다. 2025년이라고 해서 처음엔 너무 멀게만 느껴졌는데, 생각해보니 불과 13년만 지나면 2025년이다. 13년전, 그러니까 1999년에 나는 중1이었고, Y2K다, 밀레니엄 버그다 뭐다 해서 온 세계가 시끄러웠던 때가 엊그제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13년도 그렇게 '엊그제처럼' 빠르게 지나갈 터.

 

책을 읽어보니 앞으로의 일의 미래는 크게 일을 둘러싼 사회적인 변화와 일을 하는 인간들의 변화, 이렇게 두 차원으로 나누어 예상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먼저 사회적 변화는, 언론이나 책에서 자주 접하는대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정보화 수준이 높아지며, 도시화, 글로벌화가 고도화 되고, 에너지 고갈로 에너지 자원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직업 수요가 바뀌고, 직업 간 클러스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직접 대면보다는 전자 기기를 이용한 교류가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저자의 아들 중 한 명이 희망하는 의사라는 직업을 예로 들면, 고령화로 인해 의료 수요는 늘겠지만, 직접 병원에서 진료하는 의사는 줄어들고, 집이나 개인 사무실에서 화상으로 진료하고, 수술하는 것이 일반화 될 것이라고 한다. 인도, 중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하고 의료 기술이 선진국을 따라잡으면, 앞으로 기술면에서나 비용면에서나 우월한 이들 나라의 의료진으로 대체될 가능성도 높다.

 

또 다른 변화로는 2025년에 경제의 중심이 될 세대, 즉 Y세대의 특성을 들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치열한 경쟁, 성과 위주의 문화 속에서 자란 세대로, 부를 성공의 기준으로 여기고, 가족보다 일, 개인적인 성공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Y세대는 이런 부모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의 실패를 그대로 목격한 세대다. 그로 인해 더 이상 부를 성공의 기준으로 여기지 않고, 부모가 맞벌이를 하느라 아이 양육에 소홀한 가정 대신 조금 덜 벌어도 화목한 가정을 꿈꾼다. 명품 브랜드 대신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에 몰두하며, 기업, 정부는 불신하지만 사회 참여에 대한 의지가 높고, 봉사, 환경에 대한 인식도 높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Y세대는 고액 연봉을 못 받아도 그 대신 가족과 어울릴 수 있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직업을 선호한다. 소비 트렌드도 개인의 특성을 더욱 드러낼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뀐다. 그 결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직업의 인기가 높아지고, 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제품, 서비스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를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그런 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것이다. 가장 인상깊었던 대목 중 하나는 정보화로 인해 지식의 공유가 활발해질수록 두루두루 조금씩 다 잘하는 사람의 가치는 떨어지고, 고급 정보, 전문화된 지식을 가진 사람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구나 클릭 한 번, 터치 한 번이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인만큼 지식을 쌓고 공부를 하려는 욕구는 점점 덜해질 것이다. 게다가 각종 미디어와 유흥의 범람으로 인해 제대로 집중하기도 어렵다. 그만큼 <아웃라이어>의 '1만 시간의 법칙' 대로 오랫동안 꾸준히 한 분야의 전문성을 쌓은 사람이 귀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산업 사회의 수동적인 소비자에서 정보화 사회의 능동적인 생산자로 변화하라는 주문도 인상적이었다. 기업, 집단의 가치가 떨어질 수록 나의 것, 나만의 것의 가치는 높아진다. 또 나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앞으로의 사회는 그런 식으로 바뀔 것이고, Y세대는 그 힘을 믿는 세대다. 소비자로서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또 생산자로서는 소비자들의 변화에 맞추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생각해 볼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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