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 아름다운 공존을 위한 다문화 이야기
S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 꿈결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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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kbsn에서 방영하는 <엠블랙의 헬로베이비>라는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전에는 소녀시대, 샤이니 등 아이돌 그룹이 몇 주에 걸쳐 아이를 키우는, 과거 <g.o.d.의 육아일기> 같은 방송이었는데, 이번 시즌에는 다영, 레오, 로렌이라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과 생활하는 컨셉으로 바뀌었다. 이 방송을 보면서 다문화가정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거나 배운 점이 참 많다. 1화에 나오는 것처럼 우리나라 현재 전체 혼인의 11%가 국제혼인이라는 것. 즉, 결혼을 하는 열 쌍 중 한 쌍 이상이 국제결혼이라는 사실이 특히 놀라웠다. 농촌이나 공장이 많은 지역에서는 외국인 신부나 외국인 노동자 비율이 더 높아서 다문화가정의 비율이 훨씬 높을 것이다.

 

그리고 다문화 가정이든 한국인 가정이든, 아이들은 똑같이 순수하고 예쁘다는 것. 피부색이 조금 다르고, 외국어 이름을 가지기는 했지만, 세 아이들 모두 부모님이 둘 다 한국인인 가정의 아이들과 똑같이 뽀로로에 열광하고, 우리말도 잘 하고, '곰세마리' 같은 동요를 예쁘게 부르고, 장난감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

 

이 아이들 보는 재미에 방송도 재밌게 보고 있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된다. 이 예쁜 아이들이 한국인으로서,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면서 살 수 있을까? 몇 년 전 모 도시에서 교육 봉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그 중에 다문화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한 명 있었다. 참 착하고 예쁜 아이였다. 하지만 피부색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친구들 사이에서 잘 적응하지 못하는 듯 보였고, 부모님, 특히 외국에서 온 어머니가 아이를 많이 걱정하셨다. 한국에서 나고 자랐는데도 피부색이 다르다는 게 그 아이 인생에 걸림돌이 될까봐 말이다. 헬로베이비에 나오는 아이들도 살면서 은연중에라도 그런 일을 겪게 될까봐 걱정이고 안타깝다.

 

생각해보면 학교 다닐 때 어떤 아이가 피부색이 조금만 까매도, 조금만 하얘도 다른 나라 사람이냐며 놀리는 아이들이 있었다.

부모님이 두 분 다 한국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피부색을 가지고 놀렸다. 그런데 부모님이 정말 외국에서 오신 분이라서, 정말 피부색이 달라서 놀림을 받으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SBS스페셜 제작팀이 만든 <다른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라는 책을 읽으면서 다문화가정, 다문화사회 문제에 대한 생각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해봤다. 이 책은 SBS스페셜에서 2006년,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제작, 방영한 다문화에 관한 다큐멘터리에 기반한 책으로, 외국인근로자와 가족, 귀화 외국인, 중간입국자녀, 다문화가정 청소년 등 한국사회를 이루는 당당한 구성원들인 다문화 이웃들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있게 풀어냈다. 

 

이 책은 다문화 이웃들이 한국사회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간략하게 제시한 다음 이러한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분석했다. 제작진은 가장 큰 원인으로 한국인 대다수가 가지고 있는 '단일민족의 신화' 를 지적했다. 어릴 때부터, 특히 학교에서 그토록 많이 들었던 '단일민족', '한겨레' 같은 말들...  음악 시간에도 '우리는 한 겨레다', '단군의 자손이다' 같은 가사가 들어있는 노래를 참 많이도 불렀다. 하지만 이 말이 다문화 이웃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을뿐만 아니라, 단일민족이라는 개념 자체가 신화(myth)이고 허구라고 한다. 원 침략기에 국난극복을 위해 일연이 저술한 <삼국유사>로부터 한민족은 단군으로부터 이어져내려온 단일민족이라는 사상이 생겨났고, 일제침략기에 일제의 단일민족론에 맞서기 위한 이데올로기로서 한민족의 단일민족 신화가 강화된 것이 지금에 이르렀다. 게다가 국사 시간에 배웠듯이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주변 국가들과 교류도 많이 했고, 외침도 잦았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한민족이 단일 혈통을 공유한다고 믿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이런 단일민족 신화가 극도에 다다르면 민족우월주의, 순혈주의, 자민족중심주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니 더 큰일이다. 국제 뉴스를 보면 이민자나 외국인 차별 문제로 인한 테러, 범죄 소식을 심심찮게 듣을 수 있다. 한국 내 이민자나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심해질 경우 향후 몇 년 안에 이런 사건사고가 우리나라에서 벌어지지 않는다는 법도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단일민족의 신화가 한국 땅에 사는 수많은 다문화 이웃들에게 상처가 된다는 것이다. 같은 우리말을 쓰고,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데도 얼굴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 받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아이돌 그룹만 봐도, 외국에서 살다 와서 우리말도 잘 못하고 한국 문화도 잘 모르지만 얼굴은 한국사람인 '해외파' 멤버는 그룹마다 한두명씩 있지만, 피부색이 아예 다른 외국인, 또는 한국말도 잘 하고 한국문화는 잘 아는  다문화 가정 출신인 멤버는 아직 없다. (2pm의 닉쿤이나 missA의 지아, 페이 등은 외모만으로는 우리나라 사람과 구별이 잘 안 되는만큼 예외적인 케이스인것 같다.)

 

  

 

 

우리나라 전통 탈을 보면 피부색이 전부 똑같지 않다. 어느 탈은 하얗고, 어느 탈은 누렇고, 빨갛고, 까맣다. 전에는 그저 재밌게 만들다보니 저런 색을 칠했나보다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보니 느낌이 전혀 다르다. 그 때부터 이미 조상들은 피부색이 달라도, 부모님의 국적이 달라도 다 같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는 걸 아셨던 모양이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에서 한국사람이 차별 받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 한국 땅에서 외국인이 차별 받은 얘기는 못 들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얘기가 되지 않을만큼 무관심하고 무시했던 게 아닐까 싶다. 수면 위에 오르지도 못할 정도로, 한국에 사는 외국인 문제는 바닥 깊이 있었던 것이다.

 

열 쌍 중 한 쌍 꼴로 국제 결혼을 하고, 다문화 가정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지금. 한국 땅에 사는 사람은 모두 똑같은 피부색에, 똑같이 우리말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이 책에 소개된 다문화 이웃들 - 영광이, 주디스씨, 소띠하, 다니엘, 대영이네 3남매 등-을 보면서 부모님이 두 분 다 한국사람이고,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보다도 한국을 더 사랑하고 한국에 대해 더 알고자 하는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다. 그만큼 나도 이 사람들에 대해, 한국사회를 이루고 있는 수많은 문화에 대해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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