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인생 건강교본 - 동의보감 매일매일 실전편
김태진 지음, 최정준 감수 / 북드라망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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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엔 유난히 병치레를 많이 했다. 목감기, 코감기, 몸살 감기는 물론 스트레스성 위염에 생리통, 배란통 등으로 일주일이 멀다 하고 앓아 누웠다. (지난주엔 어금니가 부러져서 치과에도 다녀왔네? 참 가지가지 한다...) 어릴 때부터 잔병이 많았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고, 잔병이 많은 사람은 큰 병에 안 걸린다는 말도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되지만, 그래도 일단 아파서 앓아 누워있으면 세상 만사가 다 원망스럽고 괴롭다.

 

지금도 요며칠 푹해진 날씨만 믿고 얇게 옷 입고 다녔다가 감기에 걸려서 골골대고 있다. 이런 나의 눈에 딱 들어온 책이 있었으니! 바로 <명랑인생 건강교본>.

 

책 표지도 요란스럽고 제목도 유치해서 대충 훑어보기만 하려고 했는데 읽을수록 빠져들었다. 제목이 무슨 스포츠신문 한 켠에 실리는 미니 건강정보 모음집 같아서 그렇지, 무려 우리나라 한의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동의보감>에 기반한 '인문의역학서'다. 게다가 전부터 고미숙의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를 장바구니에 넣어 두고 결제할 때만을 기다렸는데, 저자(김태진)가 고미숙 선생님과 같은 <연구공간 수유너머>와 인연을 맺고 계신 분이라니 이거슨 운명? 사실 고미숙의 <동의보감>은 나 같은 초심자가 읽기에는 어려워 보여서 선뜻 읽어볼 엄두가 안 났는데, 이 책은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쓰여진 책인 것 같아서 마음에 쏙 들었다. (이 책을 재밌게 읽었으니 이제는 고미숙 선생님 책도 읽어봐야지!)

 

누구나 아픈 곳 하나 쯤은 가지고 살고 있다. ... 그렇게 불완전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생명이다. 그렇지 않으면 로봇이다. ... 건강하다는 것은 병에 걸렸을 때, 그 아픔을 견디고 거기서 벗어나는 힘, 다시 새로운 상태로 돌아가는 힘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p.13)

 

누구나 아픈 곳이 있고, 아픈 곳이 없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말을 들으니 잔병 많은 사람으로서 위로가 된다(ㅠㅠ)

 

책에 따르면 먹고 마시고,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걷고 생활하고 다시 잠을 자는 모든 행동에도 '음양'이 있다고 한다. 이 음양을 조화시키지 못했을 때 문제가 생기고 몸에 병이 나는 것이다. '음양'이라고 하니 형이상학적이고 현학적이라고 거부감부터 불러일으킬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게 생각만큼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해 질 때 자고 해 뜰 때 일어나고, 추울 때 따뜻한 음식 먹고 더울 때 서늘한 음식 먹고... 이렇게 지극히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을 순리대로 행하는 것이 바로 음양이다. 밤에 많이 먹고, 새벽까지 게임하고, 클럽에서 놀고, 낮에 술 마시고 잠만 퍼질러 자는 사람이 병 안 걸리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은가?

 

 

지구 상에 존재하는 동물의 대부분이 성장기간의 6배 이상을 살지 못한다. 이를 근거로 20세까지 성장하는 인간의 한계수명은 120세라고 추측한다. (p.52)

 

 

이 책을 읽으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건강해지는 비결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간단하고 단순하다는 것이다. 아침에 물을 마시는 것은 '음양탕'이라고 할 정도로 보약보다 몸에 좋고, 입에서 나오는 침은 우리 몸의 진액(비표준어로 '엑기스')이기 때문에 뱉지 말고 삼켜야 한다. 음식은 소화되기 쉬운 순서(잘 썩는 순서)로 먹는 것이 몸에 좋기 때문에 과일은 먼저 먹고, 식사는 곡물-생선-육류-채소 순으로 먹어야 한다. 잘 때는 태아처럼 구부려 자는 것이 허리에 좋고, 아침에 일어날 때는 몸을 쭉 펴주면 좋다.

 

나는 다크서클 때문에 고민이 많은데(ㅠㅠ) 이 책에 따르면 비장이나 신장에 문제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운동을 많이 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생강, 모과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다크서클은 화장으로 가리거나 수술 받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제부터는 이 책을 믿고 생활습관을 바꾸는 걸로 노력해봐야겠다. 그 밖에도 치아나 뼈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신장이 나쁜 것이고, 귀를 따뜻한 손으로 자주 문질러주면 좋다고 한다. (이도 부러지고 다크서클도 있으니 나는 신장이 정말 안 좋은가 보다...)

 

이밖에도 피부병(아토피), 탈모, 여성질환 및 우울증 같은 정신병에 대해서도 한의학, 동의보감에서는 어떻게 보는지 알 수 있었다. 한의학으로 정신병을 치료한다니 생소할 것이다. 하지만 서양에서 프로이트가 꿈을 분석하기 훨씬 이전부터 한의학에서는 몸의 병이 정신적으로 발현된 것이 꿈이라고 보고 연구했을 정도로 정신의 세계를 신체와 연결하여 의학적으로 분석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한의학은 단순한 의학이 아니라 심오하고도 깊은 철학의 세계인 것 같다. 그동안 한의학 하면 그저 뜸 뜨고 침 놓는 정도로만 여겼던 것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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