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부터 안좋은 일이 있어서 마음이 싱숭생숭 했는데, 오후에 도서관 다녀오고 괜찮아졌다. 작은 동네 도서관인데 갈 때마다 사람은 왜 그렇게 많은지. 그런데 사람 많은 게 싫지 않다. 나처럼 책 좋아하는 사람이 이 동네에 이렇게 많이들 사는구나, 생각하면 참 좋다. 외롭지 않다.

 

 

2. 도서관 신간 코너를 둘러보는데 이름이 낯익어서 꺼내보니 중학교 때 친구가 쓴 책이었다. 여행에 관한 책이었다. 하긴, 이십대 중반이니까 여행 에세이를 써도 무리는 아니다. (몇 년 전에는 다른 친구가 명문대 합격생 수기집 같은 책에 이름을 올린 걸 봤다. 나이대별로 쓸 수 있는 책이 이렇게 달라지는 것도 재미있다) 그나저나 벌써 우리가 이렇게 책을 내도 되는 나이가 되다니. 작가가 되는 게 꿈은 아니지만, 만약 언젠가 내가 어떤 식으로라도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데 기여하게 된다면 언제쯤이 될까? 어떤 책일까? 

 

 

3. 오늘 빌린 책 두 권. 소설을 빌리고 싶었는데 마땅히 눈에 들어오는 책이 없어서 이 두 권을 골라봤다. 나이도 한 살 더 먹었으니 공부하는 분야에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전문성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4. 요즘 밤마다 틈틈이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읽고 있는데 매우 재밌다. 경제경영 분야 신간평가단 하면서 주류 경제학을 비판하는 책을 여러권 읽었는데, 그 내용들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고, 거기에 플러스 알파까지 있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장하준이 말하지 않은 23가지>를 빌리려고 했는데 못 빌렸다. 다음번을 기약하며...

 

 

5. 돌아오는 길은 유난히 추웠다. 집에서 도서관까지 걸어서 40분 정도인데, 갈 때는 별로 힘든 줄 몰랐는데 오는 길이 어찌나 춥던지.

 

게다가 눈까지 왔다. 새해 처음 맞는 눈. 첫 5분 정도는 로맨틱하다고 좋다고 걸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눈발이 점점 거세져서 혼났다. 결국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뜨거운 캔커피 한 잔을 사서 손을 녹였다. 캔커피가 몸에 안 좋다고 해서 안 마시려고 하는데 겨울에는 어쩔 수가 없다. 겨울의 캔커피는 그냥 커피가 아니라 보온용으로도 굿. 손도 녹이고 커피로 뱃속도 달래고, 그런 다음에 다시 걷는 눈길은 전보다 괜찮았다.

 

 

6. 오는 길에 통장 다 쓴 게 생각나서 은행에도 들렀다. 은행은 갈 때마다 기분이 안 좋다. 치과와 동급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바로 아래 레벨 정도는 된다. (아마도 백수라는 사회적 지위?에서 비롯된 자괴감 + 새로운 상품을 권유당하는 데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 아닐런지...) 번호표 뽑고 번호 불리자마자 통장 교체 받았다. 그래도 오늘은 은행 직원이 통장 케이스를 바꿔줘서 호감도 1상승ㅋㅋ 아, 내가 고객이고 내 돈 맡기는데 왜 내가 '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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