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 없이 거침없이 후회없이 - 욕심 있는 여자들을 위한 자기혁명
조안나 바쉬.수지 크랜스턴 지음, 정준희 옮김 / 흐름출판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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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태어나서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한국의 어른들이 대개 그렇듯, 우리 부모님, 친척들 모두 내가 딸이 아닌 아들로 태어나길 기대했다. 성적을 잘 받았거나 상을 타면 '저게 아들이었으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학교에서도 반장은 남자, 부반장은 여자가 되어야 한다는 이해할 수 없는 규정 때문에 반장이 될 수 없었고, 대학 원서를 쓰고 전공을 고를 때에도 여자는 안정적인 직업이 최고니까 그에 맞춰서 택하라는 조언을 숱하게 받았다.

 

하지만 여대에 들어가서, 같은 여자로 태어났지만 사회적 편견에 얽매이지 않고 주체적으로 멋지게 사는 선배들을 보면서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고 용기를 얻었다. 여자로 태어나서 불행하다는 생각으로 괴로워해봤자 손해보는 건 결국 나. 잘 찾아보면 유리 천장의 미세한 틈을 뚫고 성공한 여성 선배들도 있고, 아예 유리 천장이 없는 다른 곳에서 자기만의 활동영역을 넓히는 여성들도 있다.

 

<겁 없이 거침없이 후회없이>도 그런 훌륭한 여성 멘토, 여성 선배들에 관한 책이다. 저자 조안나 바쉬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여성 리더 양성에 공헌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인물이고, 수지 크랜스턴은 스탠포드 MBA를 졸업하고 맥킨지의 조직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여성 리더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고, 그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요소들을 분석하여 이 책 한 권에 담았다. 

 

첫번째 장 <좋아서 하는 일을 찾아라 : 의미 찾기>는 평생에 걸쳐 도전하고 해내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다. 이 장에는 어릴적부터 간직해온 변호사의 꿈을 이룬 나이지리아 여성 아미나 수잔나 악바제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도 영화감독의 꿈을 이루기 위해 멋진 커리어를 버리고 영화판에 뛰어든 미국 여성 조지아 리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미나의 어머니는 딸이 간호사나 의사가 되어 편안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기를 바랬다. 중국계 이민자인 조지아의 부모도 딸이 의사가 되어 경제적으로 풍요를 누리며 살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자신이 아닌 가족의 뜻대로 살면 평생 불행해질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가족도 소중하지만, 결국 나의 삶의 주인은 나요,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루지 못한 일들을 헤아리며 후회하는 것은 부모님이 아니라 결국 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과연 누가 나를 믿어줄까ㅡ 불안한 마음도 들 것이다. 나도 그렇다. 매사에 선택을 할 때마다 가족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먼저 생각하게 되고 반대에 부딪히면 좌절한다. 그러나 그런 마음을 이겨내고 밀어붙여야 비로소 한 가정의 딸이 아닌 인간으로서 독립을 할 수 있다.  

 

좋아하는 일을 찾고나서도 여전히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 책에는 예상되는 문제 상황과 해결책도 나와 있다. 그 중에서도 흔히 여성들에게 취약한 점으로 꼽히는 사내 인맥 관리 방법과 직업적으로, 인간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멘토를 찾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사실 여성들은 사회적 관계에 결코 취약하지 않다. 오히려 여성들한테는 남성에게 없는 '사회적 호르몬'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더 유리하다. 산고가 시작되면 편도체에서 옥시토신이 분비되듯, 일이 잘못되었을 때 남성들은 싸움으로 흑백을 가리려고 들지만 여성들은 조율하고 균형을 찾으려고 애쓴다. 이런 능력은 수많은 이해집단과 조직을 관리하는 위치에 있을 때 큰 강점이 될 수 있다.

 

또한 남성들이 술자리나 운동을 통해 피상적인 인간관계를 만드는 반면 여성들은 보다 진실하고 깊은 인간관계를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 이런 특성을 억제하지 말고 잘 활용하면 일적인 방면에서도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고, 깊은 통찰이 담긴 조언을 주는 멘토를 만날 수도, 그런 멘토가 될 수도 있다.

 

이는 인맥 관리뿐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다. 예전에 어머니께서 은행에서 상담을 받다가 겪은 일화를 들려주신 적이 있다. 같은 문제를 두고 남자 직원은 전문가로서의 권위를 내세우며 어머니 말은 듣지도 않고 공격적인 투자만 강조한 반면, 여자 직원은 어머니의 말을 경청하고 동조하면서, 어머니가 원하는 안정적인 상품을 추천해주었다. 어떤 직원과 거래를 했는지는 두말 할 것도 없다. 

 

책에 소개된 여성들의 경험담을 읽으면서 여자로 태어난 것을 불행으로만 여기지말고 최대한 좋은쪽으로 활용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신이 공평하다면, 남성에게만이 아니라 여성에게도 좋은 것을 많이 주셨을터ㅡ. 중요한 것은 남자들처럼 성공하는 것도, 남자들만큼 인정받으려고 애쓰는 것도 아니라, 나다운 삶을 살고 나다운 성공을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안의 여성적인 특성을 받아들이고 강점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리라.

 

2011년의 마지막 날을 일주일 남짓 남겨둔 오늘ㅡ

새로운 2012년을 나의 해로 만들고 싶은 이 시대의 당당하고 멋진 여성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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