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씩은 도서관에 다녀온다. 전에 살던 곳은 집에서부터 걸어서 10분 거리에 도서관이 있어서 하루에도 두번씩 갈 정도로 자주 다녔는데, 이사오고부터는 가장 가까운 도서관이 버스로 10분, 지하철로 15분, 걸어서 40분 거리라서 일주일에 한 번 가는 것도 큰맘을 먹어야 가능하다. (내가 그만큼 게을러진 탓도 있겠지만)

 

그래도 좋은 점이 있다면, 이 도서관은 규모가 아주 작아서 아늑하고, 이용자수가 대형 도서관만큼 많지 않은 탓인지 책의 보존 상태가 좋다. 전에 다니던 도서관은 폐지에 가까운 책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는데, 여기는 웬만해서는 책들이 신간처럼 깨끗하다. 마을 도서관이고, 동네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이니 그만큼 깨끗하게 보는걸까? 게다가 신간도 잘 들어온다. 어쩌면 그렇게 내가 읽고 싶은 책들만 쏙쏙 잘 들어오는지. (물론 인기 많은 신간은 여기도 예약이 꽉 차 있다...) 주로 걸어서 가기 때문에 왕복 80분(갈 때 40분, 올 때 40분)을 걸으려면 책을 많이 안 빌려야 하는데도 신간을 보면 욕심이 나서 주섬주섬 빌리게 된다. 한 번에 빌릴 수 있는 책 권수도 여섯권이나 되어서, 정말이지 도서관 다녀올 때마다 하루 종일 팔이 욱신욱신 쑤신다. (그런데도 이렇게 서재에 글 남기는 건 뭘까...)

 

오늘 빌린 책들.

 

 

 

 

사실, 용기내어 고백하건대,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일본문화도 좋아하고, 일본작가도 좋아하고, 남들이 별로라고 말하는 작가도 굳이 좋은 점을 찾아내서 좋아하려고 애쓰는 편이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만은 좋아지지가 않는다. 정을 붙이려고, 무려 중1 때부터 꾸준히 그의 작품을 읽어왔음에도. 

 

하지만 '잡문집'이라면 소설보다는 그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데 더 낫지 않을까 싶어 빌려봤다. 게다가 책 표지의 하얀 동그라미 속에 그려진 검은색 토끼(블랙 래빗)가 귀엽다. (아, 참 사소한 이유다) 이번에는 그의 좋은 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해본다.

 

 

 

 

 

 

<3096일>은 어제 서점 갔을 때 표지 보고 읽어보려고 생각했는데 마침 신간 코너에 있길래 냉큼 빌렸다. 지난 여름에 미국에서도 한 여자아이가 유괴되어 수년간 감금살이를 하고 성폭행으로 범인의 아이까지 낳은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었는데, 이 책에 나오는 소녀도 비슷한 일을 겪은 것이 아닐까 싶다. 오늘 아침에 TV를 보니 '큰아빠'라고 부르며 따른 이웃집 할아버지가 두 자매를 성폭행해온 것이 밝혀졌다고 하는데, 참 무서운 세상이다.

 

<어쨌든, 잇태리>도 빌렸다. 아까 오는 길에 까페에서 잠깐 앞부분만 읽었는데 저자의 글솜씨가 보통이 아니였다. 가볍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하버드대 까칠교수님의 글쓰기 수업>과 <김탁환의 쉐이크>는 요즘 마침 글쓰기 때문에 고민이 많아서 빌려봤다. 글은 참, 쓰면 쓸수록 어려운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글 참 못 쓴다'고 늘 자학했으면서도, 아직까지도 글 잘 쓰는 사람이 최고로 부럽고 글에 대한 미련이 있는 것을 보면 나한테 글은 평생 지고 가야 할 짐, 풀지 못할 숙제 같은 것이 아닌가 싶다. (못 풀 숙제를 하고 있으니 진짜 미련한 걸까...) 이 책들을 읽고 엄청난 글재주가 생긴다거나... 하는 기대는 없지만, 우직하게 연습하는 길에 좋은 조언 정도는 되어주지 않을까 바라본다.

 

 

 

 

그나저나 책은 사서 읽어야 하는데(게다가 여긴 인터넷 서'점店'!) 빌린 책들 소개글을 쓰고 있자니 민망하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