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애니멀 - 사랑과 성공, 성격을 결정짓는 관계의 비밀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이경식 옮김 / 흐름출판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한국 사회에는 이런 루트를 따르면 성공한다는, 이른바 고정된 '성공 패러다임'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과거에는 소위 'KS라인(경기고-서울대)'이라고 불리는 학벌에 의한 성공 공식이 있었고(이들은 대개 관료, 판검사, 변호사, 의사 등의 직업을 '독식'했다), 최근에는 특목고와 SKY를 거쳐 대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하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이런 고정된 패러다임을 흔드는 사례도 쉽게 볼 수 있다. '딴따라'로 불리며 천대받던 연예인들이 지금은 주식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큰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사장이나 임원이 되기도 하고, IT, 패션, 서비스업 등 과거에는 없었거나 전혀 주목받지 못했던 분야가 성장하면서 새로운 성공 가능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의 고정된 성공 패러다임에만 매달리는 것이 비효율적이고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전처럼 좋은 학벌로 남들이 좋다는 직장에 들어가는 것만이 성공이 아니고, 심지어는 그렇게 한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브룩스의 신작 <소셜 애니멀>은 바로 이런 성공의 패러다임에 관한 책이다. 데이비드 브룩스는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보보스'라는 용어를 만든 장본인이다. 칼럼니스트가 쓴 책 답게 배경지식이 심리학, 사회학, 정치학, 경영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넘나들고, 글도 재밌다. 이 책은 특이하게 해럴드와 에리카라는 가상의 인물의 일생을, 무려 태아 이전의 시기 -부모님이 만나서 데이트하고 결혼하는 과정- 부터 죽음의 순간까지를 소설처럼 그리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엄청나게 많은 배경지식이 담겨 있지만 전혀 어렵거나 지겹지 않다.

 

해럴드와 에리카를 통해 저자는 '성공하는 인간의 비결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구한다. 인간을 형성하는 요인으로 크게 유전이라는 선천적인 요인과 교육, 가정환경, 또래집단 등 후천적인 요인을 들 수 있는데, 해럴드는 안정적이고 부유한 가정에서 좋은 양육과 교육을 받으며 자란 인간을 대표하고, 에리카는 불안정하고 결핍요소가 많은 가정에서 잡초처럼 자란 인간을 대표한다.

 

그 결과 해럴드는 안정적인 정서를 가졌으며 사회적 관계를 잘 형성하는 사람으로 성장했고, 에리카는 어떠한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극복해내는 도전적이고 강인한 사람으로 성장했다. 두 사람은 직업도 다르고, 인간관계도 다르고, 결혼생활에 대한 태도도 다르고, 노년을 보내는 방법도 달랐다.

 

나는 전반적으로 에리카보다는 해럴드에 가까운 인생을 살았지만, 여성으로서 겪는 어려움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의무, 대학에 입학했을 때 받은 문화적인 충격 등 에리카에게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다. 사회적, 경제적인 위치에서 보면 에리카가 해럴드보다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학문적으로나 개인의 정서적인 측면에서는 해럴드가 더 나은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삶을 살게 될까? 꿈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사람들은 자신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남탓, 환경탓 하기 좋아한다. 집안이 별로라서, 학벌이 떨어져서, 직업이 별볼일 없어서, 사회가 안 도와줘서 등등 핑계도 많다. 하지만 <소셜 애니멀>을 읽으면서 성공이라는 것이 하나의 요인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인의 조합이며, 어떤 상황에서든 인간의 의지로 충분히 개선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성공에 시크릿(secret)은 없다. 패러다임도 없다. 다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끝없는 꿈을 꾸고, 줄기차게 도전하는 것ㅡ 그것이 인류를 관통하는 가장 단순하고도 간결한 성공 패러다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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