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엘리자베스 길버트가 쓴 <Eat, pray, love>는 무려 158주 동안이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40여 개국에서 번역되었을만큼 엄청난 사랑을 받은 소설이다. 

사실 이런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그렇게 관심이 생기지 않았고, 국내에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에도 별 흥미가 안 생겼는데(그런 주제에 두 가지 버전의 페이퍼백 중에서, 단지 표지에 '줄리아 로버츠가 나왔다는 이유로' 아주 조금 더 비싼 영화 버전을 고른 것은 아이러니다), TED에서 저자 엘리자베스 길버트 강연 영상을 보고 '이 책을 꼭 읽어야겠구나' 싶었다. 저자가 말을 참 털털하게 하고 인상이 좋아서, 저렇게 행복해보이는 사람이 쓴 책을 읽으면 나도 행복해질 것 같았달까. 어떤 분이냐면...  


 

(출처 네이버 인물 정보)
이런 분이다. 동영상으로 보면 더 예쁘다. (그나저나 정치학 전공이셨다니 더 반갑네)  


국내에 그렇게 널리 알려진 분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많이들 알 것이다.

 

바로 <코요테 어글리>! 
리앤 라임스의 <can't fight the moonlight>이 삽입된, 케이블에서도 꽤 자주 방영되었던 바로 그 영화다. 기억에 나는 중2나 중3 때쯤 학교에 누가 비디오를 가져와서 같이 봤던 기억이 난다.

이 영화의 원작이 된 글을 쓰신 분이 바로 이 분이다. 즉, 평범한 삶을 살다가 갑작스럽게 '코요테 어글리'의 바텐더로서의 삶을 살게되었던 영화 속 주인공의 모델이라는 것. (다만 영화 속 주인공은 작가가 아니라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여자였던 점은 다르다.)  

재미있게 본 영화라서 이 사실을 알고 많이 놀랐는데, 나만 몰랐나?ㅎㅎ  

   

 

본론으로 돌아와서...  

제목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이 책에는 저자가 1년에 걸쳐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발리를 여행하며 '먹고(Eat)', '기도하고(Pray)', '사랑하는(Love)' 이야기가 담겨있다. <코요테 어글리>처럼 이 책 역시 저자가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논픽션에 가까운 소설 혹은 에세이다. 여행기 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 해서 각각의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모두 끌어들일 수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처음에 나오는 이탈리아 부분은 여행기에 가깝다. 주인공(이자 저자인) 리즈가 이혼한 뒤 이탈리아로 훌쩍 떠나 이탈리아어를 배우며 먹고 노는 얘기가 이어지는 부분이다. 별다른 사건은 발생하지 않고, 바쁜 일상과 이혼 수속으로부터 벗어나 오랜만에 자유를 만끽하며 지난 인생을 되돌아보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4개월 후 인도로 넘어가면셔 글의 분위기가 살짝 바뀐다. 리즈는 인도의 한 수련원에 머물며 명상과 수행을 하면서 영적인 깨달음을 얻고자 노력한다. 깨달음을 얻으면 결혼생활을 하면서 느낀 번민이나 불안, 상실감이 덜해질까 하는 생각에 말이다. 하지만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집중이 안 되고, 졸리고, 몸이 들썩들썩 거리고, 잡생각이 나고... 깨달음을 얻고자 갔지만 깨달음을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만 깨닫고 온 셈이다. 

주인공이 바라던 신비로운 체험은 그 다음 인도네시아 발리에 갔을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 발리에서 리즈는 예전에 자신의 인생을 예언했던 점술가(이자 치료사)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의 소개로 자기처럼 이혼하고 딸 하나를 키우며 어렵게 살고 있는 치료사를 만나 친구가 된다.  

여기서 리즈는 그저 전처럼 먹고 기도하며 수동적으로 지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 힘으로 몇 가지 '기적'을 행한다. 늙고 지친 점술가를 위해서는 그가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자료들을 보관할 수 있게 도와주고, 혼자 힘으로 딸을 키우는 친구를 위해서는 세계 곳곳에 있는 지인들에게 메일을 보내 기부를 받아서 친구가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집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면서 깨닫는다. 신비로운 체험이나 영적인 깨달음은 기도나 명상을 통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자신의 힘으로 열심히 살다보면 절로 얻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 . . .

혹자는 별 어려움 없이 살아온 뉴요커 저자가 단 1년 간의 여행으로 삶의 모든 지혜를 얻은 양 글을 쓴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게다가 여행 끝에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는 엔딩이라니, 로맨스 소설과 별 다를 게 없는 결말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물질적인 풍요가 곧 정신적인 충족감을 보장해준다고는 할 수 없다. 겉으로 보기에 잘 사는 사람이라고 해서 괴로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오랜 기간 유지해온, 그토록 행복해보였던 결혼생활을 갑작스럽게 정리한 것이고, 경력도 돈도 포기하면서 여행을 감행한 것이다.  

그리고 결국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게 되기는 하지만, 이 사랑은 전 남편과의 사랑이나 다른 연인들과의 사랑과는 전혀 다른 형태다. 남자는 발리에, 자신은 미국에 살면서 가끔씩 만나는, 삶과 사랑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로 한 것이다. 예전 같으면 남자 생각에 밤잠도 못 이루고 생활을 전부 바쳤을 그녀로서는 상당한 발전이다. 이는 여행을 통해 그녀가 사랑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덕분이다. 그러니 배부른 여자가 쓴 허무맹랑한 얘기도 아니고, 여느 로맨스 소설과 다를 것이 없는 얘기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여행을 통해 자신이 가진 능력과 힘을 깨닫고, 모르는 사이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으며 지내고 있는지를 알게 되는 과정이 담긴, 여성의 성장기 내지는 성숙기(記)다. 

 







 

 

 

 

 

나는 이 책을 맨 오른쪽 원서(페이퍼백, 무비 버전)로 읽었는데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국내에 번역된 책이 나와있기는 하지만 원서로 읽는 것도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