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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제국의 몰락 - 70년간 세계경제를 지배한 달러의 탄생과 추락
배리 아이켄그린 지음, 김태훈 옮김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유럽 재정 위기로 지금은 한풀 꺾인 듯 하지만, 지난 여름 미국 경제에 대한 걱정과 불신이 절정에 달했었다. 심지어는 미국 경제가 악화되다 못해 '국가 부도 사태'에 이를 수도 있다는 예측도 있었고, 실제로 그럴 위기에 놓이기도 했으나 가까스로 비껴갔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완전히 회복세를 되찾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이런 시류를 반영하여 미국 경제, 그리고 미국의 통화이자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의 흔들리는 위상에 대한 책이 연이어 출간되고 있다. 

UC 버클리대 교수인 배리 아이켄그린이 쓴 <달러제국의 몰락>도 그런 책 중 한 권이다. 이 책은 달러의 역사부터 다른 통화와의 경쟁, 위기, 독점, 그리고 현재의 독점 종식 상황까지 달러의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설명한 책이다. 학자가 쓴 책 답게 주관적인 견해나 주장보다는 학술적인 설명과 객관적인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경제학, 특히 국제경제학에 별 지식이 없는 사람도 읽으면 많은 공부가 될 것이다.

한 국가의 경제적, 군사적 힘과 통화의 국제적 활용도 사이에는 일정한 관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통화에 국제적 위상을 부여하는 것은 발행국의 입지다. 어떤 통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발행국이 크고, 부유하며,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강하고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경우 모두 발행국의 경제적 기초체력이 기축통화라는 국제적 위상의 획득과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p.26) 

달러의 위기가 문제인 것은, 달러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달러가 세계의 기축 통화라는 사실이다. 알다시피 통화는 통화 그 자체로서는 가치가 없다. 무언가 가치 있는 것으로 교환 되는지 여부, 즉 태환성이 통화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인데, 불과 몇 십년전까지 세계의 화폐는 금 가격을 기준으로 가치가 매겨졌고, 현재는 달러가 그 지위를 대신하고 있다. 즉, 달러가 금만큼 가치 있다는 믿음이 달러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세계 패권국이라는 믿음이 흔들리고, 경제적으로도 침체를 면하지 못하고 있으며, 잇다른 전쟁과 악재로 안정성마저 위협받고 있는 현 시점에서 달러가 과연 세계 통화의 기준으로서 굳건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유로화, 위안화 등 다른 통화, 나아가 IMF 특별인출권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점은, 비슷한 주제의 다른 책들이 달러의 위기에 대해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의 관점에서 어떤 시나리오가 전개될 수 있을지 분석하는 데 반해(이를테면 미국과 중국, 유럽이 경쟁하는 상황 등), 이 책은 미 국내 경제가 어떻게 될지 대해 예측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의 주독자인 미국인들이 궁금해 할 내용도 그것이고, 미 국내 경제의 변화는 곧바로 외국의 수출입, 즉 무역, 그리고 투자와도 밀접하게 관계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인이 아니어도 주목할만하다.     

조금 얘기가 비껴가는데ㅡ, 요 몇 달간 미국 뉴스를 보면서 미국인들이 미국 경제에 대해 예측하는 것을 보았는데, (당연한 얘기지만) 한국인이 미국 경제를 보고 기대하는 것과는 입장과 시각이 매우 달랐다. 미국은 자유무역을 선도하는 국가인만큼 자국 경제에 대해서도 개방적인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한국인이 한국 경제에 대해서 보호주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외국 경제는 개방하길 바라는 것처럼, 미국인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내가 너무 순진했나?)  

막연하게 미국인들이 현 세계 경제를 어떻게 볼 것이다 라고 예측하고, 언론에서 나오는 보도를 믿을 것이 아니라, 이런 미국에서 발간되는 책을 직접 구해서 읽고 미국 언론을 접하는 것이 경제를 이해하는 데에는 더욱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달러가 위기라고 해도, 여전히 기축 통화이고 한동안은 그 지위에서 내려오지 않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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