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펜스 하우스 - 책 마을에서 길을 잃다
폴 콜린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도서관에서 신간을 보다가 표지 질감이 따뜻해보여서 이끌리듯 꺼내보니 책 제목이 <식스펜스 하우스>, 부제는 '책 마을에서 길을 잃다'. 책을 좋아하지만, 읽을수록 책을 읽는 목적이나 방법의 갈피를 잡을 수 없어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이 드는 때가 많은데, 부제가 그런 내 마음을 잘 표현해주는 것 같아서 읽기로 했다. 

내용은 이렇다. 첫 책을 출간하려는 미국인 작가가 어느날 불현듯 영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아내와 어린 아들을 데리고 책마을로 유명한 영국 헤이온와이로 이주한다. 그곳에서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헤이온와이의 왕' 리처드 부스를 만나기도 하고, '그곳에서만' 번성하는 서점가와 쇠퇴하는 가게, 식당, 술집을 들르면서 영국의 문화와 책의 과거와 미래에 대해 생각해본다.

사춘기 때부터 아내를 만나기 전까지 홀로 보낸 무수히 많은 저녁 시간이 떠올랐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똑같은 앨범을 듣고
또 들으며 나 빼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집 밖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을 거라고 상상했다. 나도 나가서 뭔가를 하려고 해도 망설임으로 온몸이 마비되어 버릴 테고 나중에 후회만 남으리라는 생각, 결혼한 뒤에는 잊고 지낸 우울한 감정이었다. 크리스토퍼 몰리도 서서히 몸에 퍼지는 이런 독을 조금씩 삼켰고 <존 미슬토>라는 책에서 잘 표현했다. "밤은 약간 씁쓸한 맛을 지녔음을 알게 되었다. 이루지 못한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p.263) 

이 책은 (국어시간에 배운)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소설은 아니다. 그보다는 주인공에게 떠오른 생각과 느낌을 중심으로 책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유머를 섞어 풀어서 쓴, 에세이 같은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전에 읽은 데이비드 세리다스의 단편집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마침 이 책에도 그의 이름이 언급된다. 두 작가 사이에 무슨 관련이 있지 않을까 짐작해볼 뿐이다. 

폴 콜린스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나만 몰랐는지, 이미 국내에 소개된 책만 해도 <네모난 못>, <밴버드의 어리석음>, <토머스 페인 유골 분실 사건> 등 여럿 된다. 이 중 <밴버드의 어리석음>은 운좋게도 내가 다니는 도서관에 있어서 바로 내일 빌려볼 생각이고, 가장 읽고 싶은 <토머스 페인>은 어떻게 읽을지 고민 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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