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헌법 - 대한시민 으뜸교양 憲法 톺아보기
차병직, 윤재왕, 윤지영 지음 / 지안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찾은 도서관에서 서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샛노란 표지에 끌려 고른 책이다. 

제목도 어찌나 깜찍한지, 무려 <안녕, 헌법>이다. 헌법 개론서라고 하면 <헌법학원론>, <헌법학강의> 같은 법학 전공서나 수험서만 있는줄 알았는데, 이렇게 일반인을 대상으로 쓰인 헌법서도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안녕, 민법>, <안녕, 상법>, <안녕, 형법> 같은 책도 있다면 읽어볼 의향 있음! 

책 구성도 참 단순하다. 전문과 본문 10장 총 140개 조항 및 부칙에 이르는 헌법 전문(全文)을(사실 결코 많은 양이 아니다. 검색창에 '헌법'이라고 치면 바로 나오니 인쇄해서 봐도 좋을 정도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줄한줄 설명했다. 이 조항이 실리게 된 역사적 배경, 외국의 사례, 조항과 관련된 판례 등 조문을 이해하기 쉽게끔 다양한 배경지식을 함께 제시한 점도 마음에 든다.  

이미 헌법을 공부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헌법을 한번 쭉 훑는다는 생각으로 읽기 좋고, 한번도 접해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어렵게만 느껴지는 헌'법'을 조금 더 가깝게 느끼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어제오늘 이틀에 걸쳐 읽다가 오늘 책 귀퉁이를 접어버리고 만 부분은 바로 대통령에 대한 부분이다. 마침 대통령의 어원이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이 책에 바로 나와있었다. (大통령이라는 호칭은 수상, 총리는 물론이요, 같은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의 president보다도 강한 느낌이 든다)

대통령이라는 용어는 미국 연방헌법의 프레지던트president를 번역한 것이다. 프레지던트는 미합중국이 탄생하기 전 준비단계였던 1774년 9월의 필라델피아 대륙회의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당시 미국 동부의 주정부들이 모여 연방국가 건설을 계획하는 회의를 열었는데, 회의를 주재할 의장격의 대표를 선출하면서 그 사람을 프레지던트라고 불렀다. 회의를 진행한다는 프레자이드preside에서 만들어 낸 말이다. ......

1844년 청나라에서는 프레지던트의 음을 따라 백리이천덕伯理爾天德이라고 표기하였다. 조선도 1882년 공식 문서에서 백리이천덕이라는 한자어를 사용했다.  

프레지던트를 지금처럼 대통령이라 번역한 것은 일본이었다. 미노사쿠 린쇼는 1873년 <프랑스 헌법>이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거기서 프랑스의 1852년 헌법에 등장하는 프레지던트를 대통령이라 번역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백리이천덕을 사용하던 가운데 1883년 홍영식이 미국을 다녀와 고종과 문답하면서 대통령이란 한자어를 구삭하였다. 중국에서는 신해혁명이 일어난 1911년 프레지던트를 대통령으로 번역하기 시작했다. 대만 헌법에서는 대통령 대신 총통이란 용어를 채택하였다. 총통 역시 프레지던트의 번역어다. (p.291)

(프레지던트를 '백리이천덕'이라고 표기한 청나라인들의 센스에 웃음 빵터졌다...^^;;)

일본에서 미노사쿠 린쇼가 대통령이라고 처음 번역 표기한 것을 홍영식이 들여왔다고 하니,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우리나라에서 쓰기 시작한지가 백년이 훨씬 넘은 셈이다. president를 왜 굳이 '대통령'이라고 번역한 것인지는 미노사쿠 린쇼의 저서를 읽어봐야 알 것 같으나 거기까지는 패스-_-; 

법전공자가 아니라도, 법학자, 법조가가 아니더라도, 주권자인 국민으로서 대한민국 헌법을 한 번 읽어보는 것은 괜찮은 일인 것 같다. 법전 특유의 어려운 문어체나 한자 표기가 전혀 없으니 마음은 가볍게, 그러나 헌법을 대하는 뜻은 무겁게 두고 읽어본다면 색다른 경험이 되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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