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고 생각할 때 해야 할 42가지
밈 아이클러 리바스.크리스 가드너 지음, 이다희 옮김 / 흐름출판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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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스물 여섯.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일찍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면 경력이 제법 쌓였을 것이고, 대학 졸업 후 바로 대학원에 진학했더라면 석사일 것이다. 게다가 얼마 전에 들은 충격적인 사실. 아는 언니가 나보다 고작 한두살 많은데 애가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간다고... 외숙모가 결혼은 될수록 일찍 해야 좋다고 했는데, 작은엄마가 경력은 어릴 때부터 쌓는 게 좋다고 했는데, 어영부영 하다 보니 이제 전부 늦었구나 싶다. 

우울한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던 차에 내 눈에 뜨인 책이 바로 <늦었다고 생각할 때 해야 할 42가지>였다. '늦었다'는 말이 어찌나 내 가슴을 후벼파든지... 게다가 저자 크리스 가드너는 바로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행복을 찾아서>의 원작이 된 실화의 주인공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행복을 찾아서>의 후속편 격인 것인데, 그렇다면 영화를 먼저 봐야겠지 싶어 지난 주말에 보았다. 영화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크리스 가드너(윌 스미스 분)는 어렸을 때는 명석하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지금은 오늘 실적을 못 내면 내일 먹을 것을 걱정해야 하는 세일즈맨이다.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살았으나 그의 뜻과 달리 형편이 점점 안 좋아져 아내마저 그를 떠났고, 셋집에서도 쫓겨나 홀로 하나뿐인 아들 크리스토퍼를 키우는 노숙자 신세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샌프란시스코 주식거래소 앞을 지나가다가 그는 이 곳이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우여곡절 끝에 딘 워터 사의 인턴 자리를 따냈다. 하지만 고생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6개월 간의 수습 기간을 거친다 해도 정직원으로 뽑히는 것은 고작 단 한 명. 고졸 학력에 아들 딸린 노숙자 신세인 그가 명문대 출신들을 따돌린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그는 해냈다. 무료 구호소에서 밤잠을 청하고 그마저도 안 되면 지하철 화장실에서 자고, 당장 1달러가 급해서 피까지 팔아가면서 말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란 언제일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크리스처럼 아내가 자신을 떠났을 때, 집에서 쫓겨났을 때, 세일즈맨으로서 실패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늦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행복해지겠다는 신념, 아들과 결코 헤어지지 않겠다는 의지만 생각했다. 늦었다는 것은 남들의 판단일뿐, 한번뿐인 내 인생에 늦은 때라는 건 결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 할 수 있는 방법이 마흔두 가지나 소개되어 있지만, 영화를 보고 그의 인생 여정을 떠올리며 읽었더니 마치 에세이나 후일담을 읽는 것처럼 편안하게 읽혔다. 무엇보다도 그의 굴곡 많은 인생이 남들에게 힘이 되는 뜻 깊은 경험으로, 성공의 모델로 보여진다는 것이 멋있었다. 그의 삶을 보면, 정말이지 단 하나도 나보다 나은 것이 없었는데 오로지 끈기와 노력으로 안 되는 일을 이루었다. 이런 사람을 두고 안 된다, 늦었다고 말하는 것은 사치이고 오만이 아닐까. 

그러고보니 몇 년 전에 누가 꿈이 뭐냐고 묻기에 대답했더니 '네 까짓게 되겠냐'며 비웃음 당한 일이 있다. 잘 아는 사이도 아니고, 게다가 물어보니 대답을 했을 뿐인데 비웃어서 기분이 팍 상했다. 덕분에 보란듯이 성공해주겠다고 굳게 마음먹게 되었으니 결과적으로 잘 된 일이기는 하지만, 아직 꿈을 이룬 것은 아니라서 그 일은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그 때 그 꿈을 포기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 가드너의 말대로 '내 꿈은 나만의 것이고 내가 지켜야' 하는 것(p.124), 영화에 나온 대사까지 인용하면 '누구도 내 꿈을 남이 할 수 없다고 말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Don't ever let somebody tell you "You can't do something".)  

누구에게나 살면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온다. 그리고 그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 포기할 것인가, 끝까지 계속 할 것인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다. 크리스 가드너는 이 책을 통해, 그리고 그의 전 인생을 통해 우리에게 그것을 알려주고자 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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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30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 같은 거 꾸어도 잘 이뤄지지 않고, 회한으로 남는다..고 느끼는 게 보통 많은 사람들의 경우일 거예요. 그치만 진짜 꿈을 꾸었다면 그런 얘긴 안 할지도 모르겠어요. 꿈은 꾸는 순간 벌써 이루어진다고 하던 <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이만교, 그린비) 1장 내용에 설득당해 버렸기 때문이죠. (이 책, 1장만이라도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이 1장은, 누구라도 읽어보면 좋을 장이죠.)
여튼 저도 '모든 것을 하기엔 너무 늦어버렸다'는 생각을 요즘 의식, 무의식 통틀어 줄곧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좀 생각을 바꾸자고 반성해 봅니다.

키치 2011-08-31 00:21   좋아요 0 | URL
와, 저 그 책 읽었어요. 지금 어딨는지 몰라서 살짝 민망합니다만, 글쓰기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가지게 해준 책이었어요. 반갑습니다 ^^ 좋은 꿈 꾸시고 꼭 이루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