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영어책
김원.Shane 지음 / NEWRUN(뉴런)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 표지 색깔을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빨강이라기엔 옅고, 분홍이라기엔 진하다. 살구색에 가까운데 이런 색깔의 살구를 먹어본 적은 없고, 어젯밤에 먹은 천도복숭아 색깔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자몽 색깔도 비슷한 것 같고... '은밀한' 영어책이라는 제목 탓인지 사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도쿄 나카노구 선플라자에 있는 만다라케의 성인 코너(!) 색깔과 제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코너에 있는 '책'이나 '잡지'도 아니고 코너 전체가 이 색깔이다. 그야말로 달아오른 살색의 향연... ㅍㅍ)  

각설하고, 이 책은 월간지 <paper> 편집장 김원과 유명 영어 강사 Shane이 <paper>에 연재하고 있는 칼럼을 묶은 책이다. 다른 잡지는 즐겨 읽지 않는데도 페이퍼만큼은 즐겨 읽을만큼 페이퍼의 팬인 나로서 김원 님은 당연히 알고 있었고(이 책에 이어 요즘 나는 황경신 님의 책을 읽고 있다. 기막힌 우연의 일치!), Shane쌤은 예전에 ebs에서 썬킴샘이랑 방송 같이 하실 때 재밌게 봤는데 요즘은 못 뵈어서 서운했다. 그런 두 분이 페이퍼에 영어 칼럼을 함께 연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당근' 알고 있었고, 그 칼럼을 묶어 책으로 내셨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제서야 읽었다니...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김원 님은 요새 책을 또 한 권 내셨던데...)  

김원 :  그렇지만 최소한 김치전 같은 거라도 같이 먹어야죠. 아! 김치전은 영어로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요? Korean vegetable pancake?  

Shane : 오! 그렇게 표현하는 거 안 좋아요. 그냥, '코리안 전' 이렇게 말하는 게 제일 좋아요. 김치 같은 것도 어설프게 영어로 'Red peppers and cabbage'라고 하지말고 그냥 '김치'라고 말하세요. 설명하지 말고 그냥 그 음식을 보여주는 거지. 그게 최고죠! 떡 같은 음식이 식당 메뉴판에 영어로 어떻게 쓰여 있는지 알아요? 'glutinous rice cake'이라고 쓰여 있어요. 'glutinous'가 무슨 뜻인지 아세요? '막 뭉그러져서 찐득찐득한' 그런 의미거든요. 그런 걸 미국인에게 먹고 싶냐고 물어보면 먹겠다고 하겠어요? No! 그렇게 쓰느니 차라리 'a Korean desert made from rice' 라고 표현하는 게 훨씬 좋을 거예요. 

김원 : 그게 더 좋겠다. 진짜!

'영어책'이라고 하면 두꺼운 문법서나 몇 만 단어가 실린 단어책 같은 게 먼저 떠오르지만, 이 '은밀한' 영어책은 전혀 다르다.  영어는 어려운 것이 아니라 즐거운 것,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라는 감각으로 접근한다. 아니, 영어책이라기보다는 영어가 많이 나오는 책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겠다. 

먼저 두 사람이 만난다. 장소는 신사동 가로수길이기도 하고 인사동이기도 하고 어느 허름한 동동주 집이기도 하다. 김원이 셰인과 대화를 하며 영어와 관련된 질문을 한다. 김치전이 영어로 뭐냐, 이성을 볼 때 뭘 보냐, 외국인한테 말을 걸고 싶을 때 어떤 말로 시작하면 좋을까 하는 사소한 질문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대화라는 게 뭔가. 다 이런 사소한 질문의 집합이지 않나. 외국인을 만났을 때 처음부터 자기소개부터 장래계획,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과 세계 금융에 대한 견해 같은 얘기를 하지는 않는다. 그냥 친구 만나듯이 이런저런 주제를 두고 얘기를 하고, 그러다가 '이 말은 영어로 어떻게 하니?'라고 묻는 정도. 외국인 친구와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딱 그 정도의 분위기다. 

그래서 재밌다. 영어 수준도 어렵지 않고, 칼럼이나 인터뷰를 읽는 기분으로 훌훌 읽을 수 있다. 그러다보면 어떤 단어나 문장이 머릿속에 슬그머니 들어와있기도 하고, 평소에 이런 단어를 이렇게 써먹어봐야지 하고 배우는 것도 있다. 외국어는 이렇게 배워야 하는 거지 암... 일본어는 이렇게 배웠지만, 영어를 내가 진작에 이렇게 배웠으면 고생을 덜 했을텐데ㅠㅠ   

잘 팔려서 2권, 3권 쭉쭉 나와줬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이렇게 즐겁게 영어를 배울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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