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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완에 대비하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김현구 옮김, 남상구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은 세상이 복잡하면 수리연산을 많이 해야 합니다. 복잡하면 역사 공부를 더하고, 기억을 많이 하고, 지혜를 많이 활용하고, 연장자에게 의존하고, 연장자에게 권한을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통계학 교수입니다. 그래서 제가 통계학자로서 통계학자를 조롱하는 농담을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끼리를 예로 들어 말씀 드리겠습니다. 코끼리는 나이 많은 할머니 코끼리들을 존중한다고 합니다. 코끼리는 모계사회여서 나이가 가장 많은 할머니 코끼리에게 많은 권위를 준다고 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할머니 코끼리가 특별히 몸도 안 되고 새끼도 못 낳지만 코끼리들이 할머니 코끼리를 봉양하면서 모시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 이유는 코끼리에게 MS워드가 없기 때문입니다. 글을 쓸 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코끼리는 지식과 지혜는 있지만 연장자의 머릿 속에 담겨 있습니다. 경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고 그것이 글을 통해서 전수되지 않는 것이 코끼리 사회입니다.
그러니까 know-what이 아닌 know-how가 연장자 코끼리에게 있습니다.(pp.42-3)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소위 '블랙스완' 이론으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측하여 유명해진 인물이다. 블랙스완 이론이 하도 유명하기도 하고 괴짜 같은 인물이라는 얘길 많이 들어서 그의 저작을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두 달 전에 신작이 나왔다. 부제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두 번째 메시지'라고 써있기에 전작에 이은 새로운 이론이 나오는가 싶어 기대가 컸는데, 꿈도 야무졌지, 그냥 <블랙스완>을 읽는 편이 나을뻔 했다. 앞부분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에 대한 소개와 한국 방문 때 강연 내용을 정리한 것이고, 뒷부분은 총 아홉 장에 걸쳐 전작에 대한 설명과 비판에 대해 반박하는 내용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전작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읽으면 그나마 새로운 내용처럼 들리겠지만, 전작을 읽었다면 중언부언하는 느낌이 들 것 같다.

 
그래도 좋은 점은 화법이 직설적이고 시원시원하다는 것. 경제학자 특유의, 쉬운 말도 어렵게 말하는 기술(?) 따위 그에게는 없다. 이를테면 '경제학 수업 듣기와 <뉴욕타임스> 읽기 등을 자제하면 나이가 들어도 뇌기능을 쉽게 잃지 않는다(p.79)'든가, '경제학은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우리를 파산으로 이끌기 때문에 경제학 수업을 듣지 말라(p.80)'든가, '돌팔이들만이 긍정적 권고를 제시한다. 서점에는 성공 방법에 대한 책들이 널려 있지만, <파산을 통해 배운 것>이라든가 <인생에서 피해야 할 10가지 실수> 같은 제목이 붙은 책은 없다(p.194)' 등등... 


경제학이 쓸모없다니, 이 무슨 도발적인 주장인가 싶지만 그의 설명을 읽다보면 수긍이 가는 부분도 없지 않다. 근본적으로 그는 "자료를 맹신하면 안 된다. 자료는 스스로 예측하지 못하는 법"(p.12) 이라고 말하며 주류경제학의 합리성 가정(인간은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다, 필요한 모든 것을 알고 있다)을 강하게 비판한다. 그래서 나온 이론이 바로 블랙 스완이다. '모든 백조는 희다'는 '믿음'은 검은 백조의 '존재'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가. 마찬가지로 '인간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믿음도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의 존재 앞에서는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모든 것을 안다는 오만한 생각은 그만 두고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연을 본받아 가외성의 원칙을 지키고(가령 자연의 '창조물'인 인간의 몸은 귀가 두 개, 눈이 두 개, 다리가 두 개, 팔이 두 개, 심지어 뇌도 두 개다. 이는 언젠가 하나가 망가질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라고 그는 설명한다. '잉여' 노동력은 바로 정리하는 신자유주의적 조직관리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힘쓰는 것이 그 대안이다. 하지말라는 것만 안 해도 삶은 얼마나 윤택해지는가! 
  

'무엇을 하라'고 하기보다는 '하지 말라'는 부정적 조언을 명료하게 던지는 것이 낫다.
'담배를 끊으라'는 말 한마디가 의료 기술 관련 자료보다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p.13)

  

재미있는 책인데, 역시 이것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다. 역시 전작만한 후속작 없고, 보충서는 보충서일뿐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연달아 출간된 <블랙스완과 함께 가라>는 읽어볼만한 책일까 아닐까? 이거 궁금해서 미치고 팔짝 뛰겠네! 일단 2008년에 나온 <블랙스완>부터 정독하고 도전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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