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를 깨닫지 못하는 어른들
호시노 요시히코 지음, 임정희 옮김 / 이아소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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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는 결코 드문 일이 아니다. 어떤 통계를 보면, 15세 미만 아동의 10퍼센트 이상이 발달장애 증상 중 한 가지를 나타내고 있다는 결과도 나와 있다. 그 가운데 많은 경우가 발달장애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어른이 되고 있다고 한다. '장애'라는 말 때문에 사람들이 오해를 하는 경향이 있는데, 발달장애는 지능 발달하고만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다. 학교 성적이 상위권에 드는 아이 중에도 발달장애 아이가 있다. 뭘 숨기겠는가. 발달장애 연구와 치료에 종사하고 있는 나 자신이 사실은 발달장애인이다. (pp.4-5)


 

 

 

발달장애가 15세 미만 아이들 중에 10% 이상이 가지고 있는 증상이라면 30명이 수업받는 교실에서 적어도 3명은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돌이켜보면 학창시절 유난히 산만하고, 쉴새없이 떠들고, 주변 정리는커녕 알림장도 제대로 못 쓰는 친구들이 한 반에 몇 명씩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발달장애 증상과 비슷한데, 슬프게도 선생님들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 친구들을 무턱대고 야단만 쳤다. 그 친구들이 어쩌면 모차르트나 피카소처럼, 발달장애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천재성을 발휘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재능을 키워주기는커녕 약간의 발달장애 증상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마음에 상처만 입혔으니...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어린시절에 발달장애 증상을 보이지 못하고 어른이 되어서야 나타나는 경우다. 저자도 어른이 되어서야 자신이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학창시절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손톱을 물어뜯거나 다리를 떨고 공상을 즐겨서 주의가 산만하다는 지적을 많이 들었으나, 학습장애가 눈에 띄기는커녕 좋은 성적으로 의과대학에까지 들어갔을 정도이니 오히려 우등생 소리를 들으며 살았다. 그러나 대학 입학 후 청소를 안해 자취방이 온통 쓰레기 더미가 되고, 목욕한지 두 달이 넘도록 아무 생각 없이 다녀서 노숙자 소리를 듣고, 급기야는 운전학원에서 '평생 운전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을 하고 면허를 받고나서야 자신이 발달장애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발달장애를 가진 정신과의사라니, 그야말로 인생의 메리-고-라운드...!)
 

 

정신과 의사마저 이런데 의학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발달장애가 있어도 깨닫지 못한 사람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발달장애가 있는지 의심도 못 하고 야단만 친 선생님들도 다 무지해서 그랬던 거라고 생각한다. 무식이 죄지... (그래도 어린 마음에 그 친구들이 참 불쌍했다...) 일단 어떤 사람이 발달장애일 수 있는지 증상을 소개한다.  

- 늘 차분하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한다

- 주의가 산만하고 집중하지 못한다

-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행동해버린다

- 기한을 지키지 못해 일이 쌓여간다

- 걱정과 불안으로 감정이 폭발한다

 

-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하고 남의 말을 안 듣는다

- 부정적 사고, 심해지는 열등감

- 금방 싫증 내고 한 가지 일을 오래 하지 못한다

- 회사일은 잘 하는데 집안일은 엉망

- 계획성이 없고 관리 능력이 부족하다

 

- 수면장애, 낮 시간에 졸립다

- 남성에게 많은 틱장애, 여성에게 많은 발모벽

- 흥미 있는 것에 광적으로 빠져든다

- 애초부터 친구를 사귀려는 의욕이 없다

- 운동이나 손끝을 쓰는 동작이 서투르다 등등

 

 

 

목록을 보면서 느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발달장애와 비슷한 증상이 한두가지 이상은 있을 것이다. 자신한테는 해당사항이 없더라도 주변에서 발달장애가 의심되는 케이스를 많이 보았을 것이다. 가족, 친구, 상사나 회사 동료 등... 발달장애 하면 흔히 연상되는, 주의가 산만하고, 주변 정리를 잘 못하고, 쉽게 욱하는 성격만이 발달장애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대인관계가 미숙하고, 의사소통이 어렵고, 유달리 예민하고 민감한 사람 또한 발달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조용한 사람이라고 해서 발달장애와 무관한 것은 결코 아니다. 외향적이든, 내성적이든 모두 약간씩은 발달장애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정도가 심해져서 생활하는데 불편을 느낄 정도가 되었을 때 비로소 정신과에서는 이를 '장애'라고 부르는 것 같다. 다들 조금씩 가지고 있는 증상인만큼 발달장애라고 해서 너무 걱정할 필요도 없고,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을 안 좋은 눈으로 볼 이유도 없다. 그보다는 '저 사람 발달장애가 있는데 아직 깨닫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식으로 이해하고, 전문의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개인적, 사회적 차원으로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여성은 남성에 비해 타인에게 공격성을 나타내거나 반사회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발달장애가 더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한다. 발달장애를 가진 여성은 집안일이나 잡다한 주변 일을 못하거나, 자기평가 즉 자존감이 현저하게 낮은 경우가 많고, 우울증, 과식, 불안장애, 쇼핑중독 등을 동반하기 쉽고, 생리전증후군이 심해지기 쉬운 특징이 있다고 한다. 뭐든 지나치지 않게, 균형있는 생활을 하는 것이 건강한 정신,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고 바람직한 인격을 만드는 데 있어 최고의 비법인 것 같다.

 

 

당신이 형편없는 게으름뱅이거나 성격에 문제가 있어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불균형(disorder)으로 인한 문제이므로, 균형을 잡아주면 되는 것이다. (소개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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