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 최고the Best가 아니라, 유일함the Only으로 승부하라!
김정태 지음 / 갤리온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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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드러내는 것은 우리의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다. 스펙은 '지식'에 관한 것으로 '행동'을 보여주진 못한다. 그 사람이 진정 어떠한 사람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지식'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보자. 누군가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저는 어디를 졸업했고, 현재 하는 일은 무엇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일 뿐이다. 여기에 감정을 덧입히면 다음과 같을 수 있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는 장면을 영화 보듯 소파에 앉아 지켜봤던 적이 있어요. 그때 난민의 어려움을 처음으로 접했고, 난민을 돕는 사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롤 모델을 찾기가 힘들고, 이해해주는 사람도 찾기 힘들었죠. 난민 NGO에서 난민과 관련된 강좌를 들었고, 졸업하고 현재는 경험을 쌓기 위해서 중동 지역에 중고 제품을 수출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처음과 같은 방법으로 소개하거나, 면접에서 답변을 한다면 십중팔구 문전박대를 당할 것이다. 하지만 '영웅의 사이클'과 '거룩한 불만족' 그리고 흐름을 이어가는 일련의 '행동'을 포함한 스토리로 다가갈 때, 집으로 초대받을 확률은 높아진다. (p.39)



한동안 스펙이 화제였다가 작년까지만 해도 스토리, 스토리텔링 얘기를 어디가도 들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쏙 들어갔다. 그렇다면 요즘 최고의 화두는 무엇인가? 내 생각엔 '멘토'인 것 같다. 언론이나 방송을 통해서도 많이 듣고, 출판계에서는 유독 자기계발서 제목 중에 '멘토'라는 단어가 들어있는 책이 자주 눈에 띈다. 스펙, 스토리만으로도 부족해서 이젠 타인의 힘을 빌려야 할 때가 온 모양이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어쩌면 이제는 너무 식상해져버린 제목이 붙은 책을 읽었다. 내용도 식상하냐고? 음... 스펙을 원하는 사람이 보면 새로울지 모르지만, 스토리를 원하는 사람이 보기엔 속은 기분이었다. '스토리는 기회를 부른다', '업이 직을 가져다 준다', '다수가 선택한 길이라고 안전하란 법은 없다' 등등 메시지는 멋지다. 하지만 문장을 곱씹어 읽어보자. 스토리는 수단일뿐이고, 기회, 직(職), 안전함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스펙을 쌓는 것과 다를 게 뭔가.

 

저자가 진정으로 스토리가 스펙보다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면, 나는 다른 방법을 선택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성공 사례가 여러번 나온다. 저자는 이렇다할 자격증이나 소위 '빽'도 없이 오로지 실력만으로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국제기구(유엔 산하기구 유엔 거버넌스 센터)에 취업했고, 여기서 그치지 않고 청년역량개발을 위한 프로젝트와 워크샵을 진행하고 사회적 활동도 하며 열정적으로 살고 있다. 그러면서 저자가 겪은 경험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그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뭔지 고백한 대목들은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내 주변에 이런 선배, 이런 멘토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말이다. (저자는 '멘토'를 테마로 다시 책을 내는 것도 좋을듯...)

 

이런 저자의 '스토리'를 그대로, 여실히 전달하기만 했더라도 저자의 메시지는 충분히 전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을 그저 '사례'로 처리했기 때문에 여느 자기계발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책이 되어버렸다. 감동도, 자극도 덜하다. 그러다보니 외부에서 기회를 찾지말고 내면을 관찰하여 자신만의 체험과 관심사를 바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는 귀한 메시지도 빛을 잃고, 결국 스펙을 '스토리'라는 말로 바꾼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만 낳은 것 같다.
 
  

스토리는 이기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스토리를 수단으로 보는 순간부터 그 사람은 스토리텔러로서의 자격을 잃은 것이다. 사랑도, 청춘도, 그리고 이제는 스토리마저도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시대에 나는 스토리를 목적으로 사랑하니 외롭고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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