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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에 살고 죽고 - 20년차 번역가의 솔직발랄한 이야기
권남희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문학 전문 번역가 권남희의 <번역에 살고죽고>. 나나 동생이나 일본어 할 줄 알고 번역에 관심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라서 이 책 나왔을 때부터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권남희 님이 최근에 번역하신 <카모메 식당>도 둘이 같이 읽은터라 겸사겸사 읽었다. 동생이 먼저 읽고 '강추'했는데 읽어보니 강추 받을만 했다.
일단 이 책은 '20년차 번역가의 솔직발랄한 이야기'라는 부제 답게 쉽고 재밌다. 백수로 지내다가 엉겁결에 번역가가 된 과정, 번역가로 살며 한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보람 같은 소소한 에피소드부터 20년차 번역가로서 후배들과 입문자들에게 알려주는 노하우 등 실용적인 이야기까지 내용도 다채롭다.
일본어 번역에 대한 얘기도 당연히 많이 나온다. 일본어, 참 어렵다. '일본어는 웃으면서 들어가고 울면서 나온다' 는 말도 있듯이 배우기 시작할 때는 쉽지만 본격적으로 할라치면 정말 어렵다. 나도 학원 같은 데 안 다니고 공부해서 한글자막 없이 영상 다 보니까 쉽게 배운 건 맞는데, 방송에는 잘 안 나오는 어려운 단어나 문어체 표현은 아직도 잘 모른다. 신조어도 많고, 방언도 많고...
그러나 이렇게 어려운 언어인데도 쉽게 배울 수 있다보니 어느 정도 실력만 되면 '아무나' 자막 만들고 기사나 인터뷰를 해석해서 올린다. 일본어를 모를 때는 그런 자막이라도 좋다고 영상을 봤는데, 이제 보면 오역이 얼마나 많고 오글오글하던지. 그러니 전문가는 더욱 힘들고 어려울 것이다. 잘 번역해 놓아도 일본어는 할 줄 아는 사람도 많고 잘 하는 사람도 많으니 조금만 의견이 달라도 오역이라고 문제를 제기할테니 말이다.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저자가 그토록 좋아하는 일본문학을 마음껏 읽고 번역이라는 형태를 통해 자신의 글을 쓸 수 있다는 건 좋아보였다. 좋아서 일본소설 읽고 좋아서 번역하다가 직업이 된다. 이거야말로 최상의 직업, 최고의 시나리오가 아닐까. (난 그렇다.)
게다가 이 분은 끈질기게 노력한 끝에 어릴적의 꿈도 이뤘다. 번역의 세계에는 우연히 입문했다고 썼지만, 저자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글 쓰고 책 만드는 직업을 가지고 싶어했다. 그 결과 번역가가 되어 많은 책에 역자로 자신의 이름을 실었으며, 이제는 이렇게 직접 책을 썼다. 간절히 바라고 끈질기게 노력하다 보면 언제가 되든 그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ㅡ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한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