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가게 - 당신을 꽃피우는 10통의 편지
기타가와 야스시 지음, 나계영 옮김 / 살림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안녕하세요. 편지가게입니다. 저는 원하시는 분과 '편지 교환'을 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제가 보내는 편지는 모두 10통입니다. 이 10통의 편지로 당신이 보다 멋진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 잠시 생각했지만 괜찮은 문장이 떠오르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이때까지 제대로 된 편지를 써 본 적이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결국 어떻게 써야 할지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생각나는 대로 써 보기로 했다. 다 쓰고 난 후 마음에 안 들면 보내지 않으면 되니까. 반 장난하는 기분으로 펜을 움직였다. (p.33)

 

얼마전 이사를 준비하면서 짐을 정리하다가 학창시절 친구들에게서 받은 편지가 담긴 상자를 찾았다. 삐뚤빼뚤한 글씨, 아기자기한 색상의 캐릭터 편지지, 그리고 그 위에 적힌 현재의 고민들과 미래의 꿈들... 그 중에 내가 이룬 것이 얼마인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이 때는 이런 걱정을 하고 이런 것들을 좋아했었구나.' 그저 그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지금의 내가 대견스럽고, 지금의 내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되었다. 

편지는 참 재미있는 매체다. 고작 종이 한 두 장을 통해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이어지고, 시간과 시간이 연결되니 말이다. 바로 이 편지를 이용하여 젊은이들의 고민과 인생 설계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풀어쓴 책이 있다. 바로 <편지 가게>. 저자 기타가와 야스시는 한 사람이라도 많은 젊은이들이 보다 멋진 삶을 살 수 있게 돕기 위해 집필 활동을 하는 작가이자 요코하마에서 고등학생을 중심으로 영어를 가르치고 자기 계발에 관한 연구를 하는 소메이샤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자기계발서라는 카테고리로 분류되는 책이기 때문에 '자기계발'하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얘기를 하는 책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 (사실은 나도 그랬다.) 하지만 저자의 말을 빌어 '눈앞의 구직활동의 결과보다도 그 너머에 기다리고 있는 인생을 자신답게 살아가는 것이 더 소중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쓴 책인만큼 내용의 깊이와 감동은 여느 책과 달랐다.
 

취업준비생인 료타는 우연한 기회로 '편지가게'의 존재를 알게 되어 편지를 주고 받는 계약을 하게 된다. 계약의 조건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단 10통의 편지를 쓸 것. 편지의 내용은 '지금의 당신에 대하여' 쓸 것. 요즘처럼 눈 뜨고도 코가 베이는 세상에 무슨 사기나 다단계에 걸려드는 것이 아닌지 료타는 의심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까짓것 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펜을 들었다. 취업준비생, 불확실한 미래, 주변의 시선, 하고 싶은 일이 뭔지도 모르는 불안감... 대학을 졸업한지 2년째에 접어드는 내가 안고 있는 걱정과도 비슷하다. 아니 요즘 청년들 대부분이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렇게 한통 한통 편지를 보내고 편지가게로부터 답장을 받으면서 료타에게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생전 처음으로 자기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고, 자신의 인생에서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돌아보게 되고, 부와 명예를 떠나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고,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성장의 계단을 밟아나간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괜히 '20대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하는 후회를 하는 것이 아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러한 변화가 편지가게에서 '이렇게 하라'고 가르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료타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것이다. 료타의 고민에 대해 편지가게는 그저 '너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구나. 그렇다면 저런 식으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하고 제안할뿐, 그것을 자신의 인생에 적용하여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언제나 료타였다. 모든 답은 료타 자신에게 있었던 것이다.  

책을 비롯한 많은 매체 속에는 인류 역사를 통해 얻어진 수많은 지혜와 미덕, 교훈들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오로지 인간, 즉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것 , 그리고 그것은 곧 너 자신 안에 있다는 것, 그 것이 이 책의 진짜 메시지가 아닐런지. 

 

청춘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직도 자유롭지 못한 나는 어제 또 실패했고 오늘 처절하게 울었다. 누군가는 청춘이 눈물겹도록 아름답다지만, '빈대처럼 기생하는 인생이 퍽도 그렇겠다' 하는 생각이 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내 마음 속의 긍정적인 자아는 이 책의 저자가 보내는 메시지에 기대보자고 외쳐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 이제는 정말 어제 내가 만난 실패는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내가 부딪힐 수 있는 벽들 중 하나일뿐이라고, 오늘의 울음은 내일의 완벽한 미소를 위한 연습일뿐이라고 믿어보려 한다. 료타가 그랬듯이, 마음은 반신반의할지언정 일단 'YES'라고 외치면 하늘은 그런 나를 위해 다시 'YES'라고 대답해줄테니. 

편지는 참 매력적인 매체다. 그리고 당장이라도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4월의 비오는 밤이다. 편지의 첫 인사는 료타처럼 "편지가게 씨. 안녕하세요.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서 글이 뒤죽박죽일지도 모르겠지만 이해해주세요.' 이걸로도 충분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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