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왕국을 세워라 - 이병훈 감독의 드라마 이야기
이병훈 지음 / 해피타임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지난 수요일 인터파크와 평화방송이 주최한 북콘서트를 통해 국민 드라마 <허준>, <대장금>, <이산>을 연출한 이병훈 감독님을 뵈었다. 조용하고 침착한 인상과 달리,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마치 어린아이처럼 즐거운 얼굴로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내시는 것을 보며 '저런 분이 PD가 되는 것이구나' 하고 느꼈다. 



이병훈 감독님의 책 <꿈의 왕국을 세워라>는 저자의 드라마에 대한 열정과 철학, 촬영 후기 및 에피소드가 가득 담긴 에세이다. 새벽잠을 포기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 드라마의 역사의 한 부분이 담겨있다'고 느꼈다. 1970년 MBC 공채2기 PD로 입사하여 2009년 현재까지 현대극과 사극을 막론하고 수많은 드라마를 연출한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어릴 적 즐겨 보았던 드라마들을 새롭게 떠올리고, 배우들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하면서 즐거운 추억 속에 빠질 수 있었다. 저자는 직접 배우들의 연기 지도를 챙기고, 작가들에게 5,6번이나 원고 수정을 요구할 만큼 작품에 완벽을 기하는 분이다. 앞으로는 <대장금>처럼 자신의 작품이 한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사랑받고, 출연한 배우들이 모두 월드스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적으셨다. 사극은 현대극보다 야외 촬영이 많고, 장기간 촬영하여 찍는 과정이 굉장히 고되다는데, 그럼에도 이 일에 매진하는 것은 역시 이러한 열정과 야망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는 드라마PD, 그 중에서도 사극을 연출하는 PD다. 박제된 역사 기록을 끌어내어 거기에 숨을 불어넣는 일을 하고 있다. 실제 인물이든 가상의 인물이든 그들을 살아 움직이게 하여,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도록 하는 것이 내 할 일이다. (p.14 프롤로그)


나는 연출이라곤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방송 관련 전공을 한 것도 아니고 방송국에 들어가기 전에는 연극 한 편도 보지 못했다. 다만 그런 약점을 알기에 부족한 점을 채우려고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렇다고 내가 이 분야에 딱히 적성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늘 나의 적성과 재능을 의심하면서도 주어진 일을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려왔다. 뛰어가면서도 왜 뛰고 있는지 어디를 향해 뛰고 있는지 나 자신에게 물어보지 않은 날이 없었다.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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