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적의 양피지 - 캅베드
헤르메스 김 지음 / 살림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는 언뜻 스토리텔링 방식에 기반한 자기계발서로 보인다. 어느 정도 맞지만, 오나시스 라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에 기반했다는 점에서 허구의 이야기를 담은 여타의 책들과는 다른 위치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이 주장하는 바에 공감이 되지 않더라도, 오나시스가 어떤 인물인지 알고 싶다면 가볍게 읽을 만하다. 선박왕, 재키의 두 번째 남편, 그레이스 켈리와 마리아 칼라스 등 유명 배우, 예술인들과의 염문설 등 그의 이름과 행적에 대해 한번쯤 들어본 적은 있지만, 실제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테니 말이다. 그러고보니 정치가나 학자에 비해 경영자, 특히 무역가에 대한 평전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사상이나 학문만큼 상업과 무역도 인류 역사에 공헌한 바가 매우 큰데...
책 속의 화자가 자신이 오나시스라고 주장하는 노인을 만나고 그의 옛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노인은 어릴 적 전쟁의 공포와 극심한 가난을 겪었는데, 우연히 아버지가 갇혀있는 감옥에서 한 노인을 만나 성공을 가져다 주는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를 얻게 된다. 거기에 적힌 율법에 따라 행동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말을 믿고 과감히 이민, 조금씩 성공을 거두며 이후에는 우리가 잘 아는 '선박왕 오나시스'가 된다. 하지만 큰 부를 얻은 다음에 오나시스는 명예를 잃고 심지어는 가정과 아들을 잃는다. 재클린 케네디와의 짧은 재혼도 그가 자초한 실수 중 하나였다.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는 이것을 손에 얻은 사람에 따라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독이 될 수도 있다. 캅베드가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공경'인데, 사람이나 일을 공경하고 몰두하면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지만, 신을 공경하지 않고 그릇된 가치를 공경하거나, 또는 공경할 대상에 대해 잘못 판단했을 때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언뜻 환타지처럼 들리기도 하고, 양피지 한 쪽 때문에 인생이 바뀐다는 게 말이 되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비단 캅베드 뿐만 아니라, 인간이 오해하거나 오용하는 가치 때문에 사회에 부작용을 낳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맹목적으로 부와 명예를 추구하고, 생명과 자연을 경시하고 해쳐서 벌어진 사건들에 대한 얘기가 오늘자 신문에도 수십 건 실려있지 않은가. '무엇을 믿고 어떻게 따를 것인가' 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게끔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메시지는 제법 설득력이 있다.
다만 실존 인물의 일화와 가공된 메시지가 섞여 있기 때문에 '책 속의 내용이 진실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점은 아쉽다. 정말 오나시스와 빌게이츠가 캅베드를 얻었는가? 난 왠지 아닐 것 같은데... 오나시스가 캅베드를 얻은 건 사실인데 내가 모르는 것인지, 허구의 이야기인데 내가 착각한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저자가 정말 오나시스를 만난 건지 아닌지도 나는 이해가 잘 안 된다. 앞으로 다른 책에서 실존 인물에 대한 얘기를 다룰 때에는 이런 모호함이 남지 않도록 조심해 주었으면 좋겠다.
아무튼 재밌게 읽었다.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읽어버렸을 정도로 이야기 자체는 굉장히 흥미진진했다. 특히 성공에 대한 책이기 때문에 아버지께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역사서, 평전 같은 분위기도 가미되어 있기 때문에 즐겁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