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는 힘
강상중 지음, 이경덕 옮김 / 사계절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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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한국을 방문해서 서울대학교에 갔을 때에도 그것을 느꼈습니다. 내가 목격한 것은 이른바 엘리트 학생들이 "필요 없는 것을 생각하고 있을 여가가 있으면 스킬을 몸에 익히고, 전문지식을 몸에 익히고, 유용한 정보를 가능한 한 많이 획득해야 한다. 놀고 있을 시간이 없다" ... 그들 가운데에는 아직 이십대인데도 "이미 나이가 많아서"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의 청춘기와 너무나 달라 깜짝 놀랐습니다. 분명 그런 학창시절을 보내면 일류 기업에 취직할 수 있고 높은 월급을 받는 엘리트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대신에 청춘기이기 때문에 마음의 내면에서 솟아나는 열정을 잊어버리는 것은 아닐까요? 그 결과로 정기가 모두 빠져나간 바싹 마른 늙은 몸만 품고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p.88)

 

 

재일(在日, 자이니치)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쿠보즈카 요스케 주연의 영화 <GO>다. 이 영화를 보면 재일 한국인이 일본에서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를 절실히 느낄 수 있다. 저자 강상중은 재일 한국인 최초의 도쿄대 교수다. 강상중 역시 재일 한국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을 터. 그는 자신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나츠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 등을 비롯한 많은 책을 읽었다.<고민하는 힘>은 그 결과물이다.

 

 

저자는 자아, 돈, 지식, 청춘, 종교, 직업, 사랑, 죽음, 늙음 등의 문제에 대해 총 아홉 개의 장에 걸쳐 논한다.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내용은 4장 '청춘은 아름다운가?'에 있었다. 저자는 이 장에서 한국의 청춘들이 과거 자신이 보낸 청춘과 달리 오로지 어른들의 눈에 들고, 그 자신이 사회의 기준에 합당한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만 보였다고 한다. 저자의 글을 읽으며 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반성했다. 나도 한때는 스펙 쌓기와 취업 성공에만 골몰하며 하고 싶지도 않은 공부를 하고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그러다 몸과 마음이 크게 상하고 나서부터는 성공과 스펙의 의미를 재정의했다. 비록 직장에서 원하는 사람이 되지는 못해도 언젠가 내 아이에게 '나는 이렇게 즐거운 청춘을 보냈다'고 말할 자신은 있는 삶을 살리라, 고 말이다. 진정한 성공은 스스로 치열하게 생각한 끝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얻을 수 있는 법. 그래서 저자는 '고민 끝에 얻은 힘이 강하다'고 말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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