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유령
장진영 지음 / 민음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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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가의 책을 세 권쯤 읽었으면 좋아하는 작가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장진영 작가의 책을 <취미는 사생활>, <치치새가 사는 숲>에 이어 <우아한 유령>까지 총 세 권을 읽었는데, 세 권 다 (좋은 의미로) 강렬하고 충격적이고 재미도 있어서 앞으로도 장진영 작가의 책이 나올 때마다 계속해서 읽게 될 것 같다.


<우아한 유령>에는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첫 번째 단편 <입술을 다물고 부르는 노래>는 청각 장애가 있는 '미조'의 학습을 보조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대학생 '나'가 겪는 일을 그린다. 아르바이트를 여러 개 하느라 대학 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던 '나'는 미조에게 우정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미조도 그런 것 같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장학금을 받기 위해 미조와 알게 된 것이고 미조 역시 '나'에게 도움을 받는 처지이기에 둘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만약 두 사람이 학습 보조와 보조 대상이 아닌 평범한 친구나 선후배로 만났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미조로 인해 약간의 돈을 얻은 '나'가 잃은 건 무엇일까.


우리가 '그렇게' 만나지 않았다면 다를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있다. <용서>는 교통사고 가해자의 아들이 아버지 대신 피해자 가족에게 사죄하러 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피해자의 부모는 죽은 딸을 생각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아버지를 대신해 사죄하러 온 아들이 겪고 있을 고통을 생각하면서 조금씩 마음이 약해진다. 어떻게 보면 갑자기 딸을 잃은 부모나 살인자의 자식이 된 아들이나 비슷하게 괴롭고 당황스러운 처지가 아닐까. 그러나 한쪽은 피해자의 부모이고 한쪽은 가해자의 아들이라서 다시는 만나지 않는 편이 좋게 된 사이라니. 기구하다.


이어지는 단편 <허수 입력>은 여성이 자신의 성별 때문에 느낀 불안이 어떤 식으로 그 자신의 삶을 갉아먹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일층이 주유소, 이층이 가정집인 집에 살았던 '나'는 어릴 때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남자들이 자주 자신의 집 화장실을 빌려 썼던 기억이 있다. 그 기억 때문에 '나'는 어른이 되면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는 안전한 집에 살고 싶었지만 좀처럼 소망을 이루지 못한다. 대체 여자에게 '안전한 집'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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