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제인 오스틴 지음, 김선형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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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오스트레일리아의 여성 작가 루스 윌슨이 쓴 <제인 오스틴을 처방해 드립니다>라는 책을 읽었다. 1932년생인 저자는 육십 살 생일을 기점으로 자신의 '인생 작가'인 제인 오스틴의 소설 전체를 다시 읽기 시작했고, 이 과정은 그 자신의 생애 전반을 회고하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이 책을 읽으며 나에게도 이런 식으로 여러 번 반복해 읽으며 함께 나이 들어갈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저자가 이토록 좋다고 추천하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을 제대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엘리에서 김선형 번역가가 우리말로 옮긴 <이성과 감성>, <오만과 편견>을 출간해 읽어보았다. 


<이성과 감성>은 1775년생인 영국의 여성 작가 제인 오스틴이 1795년에 집필을 시작해 1811년 출간한 첫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1995년에 개봉된 이안 감독, 엠마 톰슨, 케이트 윈슬렛 주연 영화 <센스 앤 센서빌리티>의 원작으로도 유명하다. 내용은 <이성과 감성> 다음에 출간된 <오만과 편견>의 내용과 상당히 유사하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장녀 엘리너와 감성이 풍부해 때로는 행동이 앞서기도 하는 차녀 메리앤이다. 자매는 아버지 헨리 대시우드가 갑자기 사망하고 이복오빠가 전 재산을 차지하면서 오랫동안 살아온 집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가진 재산은 많지 않아도 젊고 아름답고 매력적인 두 자매를 주변 사람들(특히 남자들)이 가만히 내버려둘 리가 없다. 엘리너는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가기 전부터 이복오빠의 아내의 동생, 즉 사돈총각인 에드워드와 연애 감정을 키우는 중이었다. 메리앤은 이사 간 동네에서 만난 비슷한 또래의 월러비라는 청년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브랜던 대령과 삼각관계를 이룬다. 하지만 즐거운 시간도 잠시. 엘리너는 에드워드에게 숨겨둔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메리앤은 월러비가 친지를 만나러 떠난 이후로 감감무소식이라 속앓이를 한다. 과연 두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오래전 이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에는 엘리너와 메리앤이 각각 어떤 남자와 맺어질 지에만 집중했다. 이번에 읽은 새 번역본은 중요한 문장이나 장면마다 김선형 번역가의 주석이 붙어 있어 소설이 쓰인 시대의 사회적, 경제적 배경에 대해서도 알 수 있고, 원문에 쓰인 영어 단어의 의미도 보다 폭넓게 사유할 수 있어 좋다. 가령 이 소설이 쓰인 시대에는 장자상속과 정의의 문제가 정치, 사회적으로 아주 중요한 이슈였다. 이 소설 역시 상속 문제와 함께 개인의 부도덕과 이기주의의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가정과 연애라는 좁은 영역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날카로운 사회적 문제의식을 가진 작품이라는 걸 알 수 있다. (26쪽 주석6 참조) 


우리말 제목의 '이성'과 '감성'이라는 단어는 의미가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원제의 'sense'와 'sensibility'는 의미가 대립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흥미롭다. sense와 sensibility는 sensible이라는 형용사를 공유하며, sensible은 상식과 분별을 갖춘 엘리너와 감수성이 예민한 메리앤의 성격을 묘사하는 경우 모두 쓸 수 있다. 김선형 번역가는 제인 오스틴이 단어가 지닌 이러한 모호성을 활용해 작품 안에서 일종의 말놀이를 한 것에 착안해 이 번역본에서도 sense, sensible, sensibility이 나오는 부분을 영어 원문 그대로 표기했다. 이러한 대목을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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