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 (선라이즈 에디션)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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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를 보내기 위해 부유한 네 가족이 호화 별장지에 모인다. 전부터 친분이 있는 네 가족은 바비큐 파티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그날 밤 무차별 살인 사건이 일어나 파티 참석자 중에서 다섯 명이 죽고 한 명이 다친다. 범인은 금방 잡히지만 살해 동기나 방법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답답함을 느낀 유족들은 별장지 근처의 한 호텔에 모여서 그날의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검증회를 가지기로 한다. 경시청 형사 가가 교이치로는 이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와시오 하루나의 지인의 지인 자격으로 검증회에 참석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는 가가 형사 시리즈 열두 번째 작품이다. 이 소설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명탐정 푸아로 시리즈와 상당히 비슷하다. 살인 같은 끔찍한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아름다운 장소에 고상하고 우아해 보이는 사람들이 모인다. 그들이 먹고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에 갑자기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모두가 충격을 받은 (듯 보이는) 가운데 탐정이 등장해 사건 현장을 관찰하고 용의자들을 심문한다. 약간의 차이점이 있다면 탐정이 사건 직후에 등장하지 않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 등장하는 점, 내부자와 사전에 공모한 공범이 있는 점 정도다.


소설을 읽는 동안에는 전형적인 정통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소설을 다 읽고 관련 정보를 찾아보는 과정에서 작가가 2019년 전직 농림수산성 사무차관이 은둔형 외톨이인 아들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아들을 죽이고 자수한 존속살해사건을 작품의 모티브로 삼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작가가 이렇게 일본 사회의 현실을 작품에 성실하게 반영하고 있다면, 그의 소설에 불륜이나 횡령, 결혼을 통한 신분 상승 등의 모티브가 자주 등장하는 것도 어쩌면 자기 복제가 아니라 사회파 소설가로서의 역할 수행인지도 모르겠다.


범죄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피해자뿐 아니라 피해자의 유족과 가해자의 가족에게도 관심을 가지는 것 또한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의 특징이다. 피해자의 유족과 가해자의 가족이 사건의 진상을 밝힌다는 동일한 목적 하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이 소설이 그렇고 <백조와 박쥐>도 그렇다. 언론과 대중의 2차, 3차 가해 문제도 빈번하게 나오는 소재다. 이 소설에서도 유족들은 보도가 나온 이후에 인터넷에서 신상이 털리고 사건과 무관한 문제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며 고통 받는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라는 책 제목을 다시 보니 마음이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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