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둔 남자의 죽음 : 내가 그를 죽였다 - 히가시노 게이고

내가 그를 죽였다 ㅣ 현대문학 가가 형사 시리즈 개정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영화제작자, 각본가이기도 한 호다카 마코토가 인기 시인 간바야시 미와코와 결혼하기 위해 식장에 입장하던 중 사망한다. 경찰은 부검 결과 호다카가 예식 전에 섭취한 비염 약에 누군가 독을 탄 걸로 보고 그의 비염약에 접근할 수 있었던 호다카의 매니저 스루가 나오유키, 간바야시의 담당 편집자 유키자사 가오리를 용의 선상에 올린다. 그로부터 며칠 후 도쿄 네리마구의 한 원룸 맨션에서 젊은 여자의 사체가 발견한다. 담당 형사인 가가 교이치로는 여자의 죽음이 현재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살인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 제5권 <내가 그를 죽였다>는 제4권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와 마찬가지로 용의자 중에 누가 범인인지를 찾는 것이 목적인 전형적인 '후더닛' 계열의 소설이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의 용의자는 두 명이고, <내가 그를 죽였다>의 용의자는 앞에 언급한 두 사람과 피해자의 신부인 간바야시 미와코의 오빠 다카히로를 포함해 총 세 명이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와 마찬가지로 세 사람 중에 누가 진범인지 끝까지 밝히지 않고 오로지 독자의 추리에 맡긴다. (책 뒷부분에 범인의 실체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가 담긴 '추리 안내서'가 실려 있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의 경우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삼각관계를 둘러싼 치정 살인이 중심에 있기는 해도 막장이라는 생각까지는 안 들었는데, <내가 그를 죽였다>는 (가가 형사를 제외하고) 정상적인 인물이 한 사람도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물들의 캐릭터도 안 좋고 각각의 관계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런 점 때문에 요즘 내가 한창 재미있게 보고 있는 <크라임씬> 시리즈가 연상되기도 했다. 용의자 한명 한명의 사연(동기)과 타임라인별 알리바이 등을 조사, 수집, 추리해 진범을 가려내는 전개라는 점도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