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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세스지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5년 4월
평점 :

히가시노 게이고의 <백조와 박쥐>를 읽으려고 밀리의 서재에 가입한 김에, 전부터 읽고 싶었던 세스지의 소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를 읽었다. 이 소설은 일본의 소설 창작 사이트 연재 당시 SNS에서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만화,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읽어보니 과연 화제를 모을 만하다. 호러 소설답게 내용이 무서운 건 당연하고, 소설의 구성이나 전개 방식이 SNS에 친숙한 요즘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 당기기에 적합하다.
소설은 세스지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는 한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남자는 오컬트 잡지와 괴담 잡지에 글을 쓰거나, 라디오나 지방 방송의 괴담 프로그램의 구성을 맡기도 하면서 먹고 살고 있다. 그에게는 출판사에서 오컬트 잡지 편집자로 일하는 오자와라는 지인이 있는데, 이 오자와가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와 관련된 괴담을 수집, 조사하다가 행방불명 된다. 소설은 오자와가 수집, 조사 중이던 괴담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각각의 괴담이 날것 그대로의 투고나 자료의 형태로 제시되어 마치 이 모든 이야기가 허구가 아니라 실제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식으로 허구의 이야기를 실제처럼 보이게 연출하는 것을 페이크 다큐멘터리 또는 모큐멘터리라고 부른다고.)
문제의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가 배경인 괴담 하나하나도 무섭다. 여자가 사라졌다, 사라진 여자가 어두운 밤길에 나타났다, 이사간 집에 귀신이 나온다, 윗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거리 곳곳에 수상한 스티커가 붙어 있다 등등 각각의 괴담을 요약하면 별것 아닌 것 같고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 같은데, 이 모든 이야기의 배후에 있는 '어떤 사건'에 대해 알고 나면 별것 아닌 이야기가 별것 아닌 게 아니고, 이런 이야기를 어디서 많이 봤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느껴진다.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만화와 영화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