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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 냄새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9
김지연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10월
평점 :

팬데믹 때문에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몇 년 전의 일이다. 이제는 거리 두기나 마스크 착용 같은 단어도 잘 듣지 않게 되었고 이동도 여행도 자유롭지만, 그 시기를 겪은 사람들 모두의 머릿속에는 언제 다시 그 시기로 돌아가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내지는 두려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때 아닌 팬데믹 이야기를 꺼낸 건, 김지연의 소설 <태초의 냄새>를 읽으면서 새삼 그 시기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했던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전염병이 창궐하고 감염자들의 동선이 공개되며 전 국민이 공포에 떨었던 시기를 지나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 되었을 즈음에 커플인 K와 P는 1박 2일 캠핑 여행을 계획한다. 아직 여행은 섣부른 감이 없지 않았지만 장거리 연애 중이라서 다른 커플들에 비해 만날 기회가 적은 두 사람은 사람과의 접촉이 적은 캠핑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모험 아닌 모험을 한 것이다. 여행을 앞두고 K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불상사가 있기는 했지만, 격리가 끝나는 날이 마침 여행 당일이라서 두 사람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길을 떠난다.
이 다음부터는 로드무비처럼 진행된다. K와 P는 캠핑장이 위치한 해변에서 밀린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드라이브 도중에 발견한 빈 건물에 들어가 보기도 한다. 그 건물에서 우연히 만난 청소년을 자신들의 텐트로 데려가 밥을 먹이기도 한다. 이후 K는 코로나 바이러스 후유증으로 냄새를 아예 못 맡게 되었다가 나중에는 모든 것을 악취로 느끼는 극단적인 상태가 된다. 여기에는 K가 P와 사귀기 이전에 만났던 S라는 연인의 죽음에서 비롯된 죄책감, 그리움 등이 관련되어 있는 것 같다. 장편 소설이었다면 K의 극단적인 상태에 대한 설명이 더욱 자세하게 나왔을 것 같은데 짧은 소설이라서 그러지 않은 점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