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지 못하는 사람들
무레 요코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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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라이프'라는 개념을 알게 된 이후로 단순한 생활을 지향하며 수시로 정리하는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정리할 때마다 버릴 게 많아도 너무 많다. 버리는 물건이 많은 만큼 버리지 못하는 물건도 많다. 최근 몇 년 동안 쓴 적도 없으면서, 앞으로 쓸 일도 없다는 걸 알면서 버리지 못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 이건 다른 무엇도 아닌 내 마음의 문제다. 이런 생각을 하던 차에 읽게 된 책이 무레 요코의 소설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 책은 각자의 이유로 버리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는 다섯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못 버리는 언니, 버리려는 동생>은 같은 부모를 둔 혈육이지만 서로 너무 다른 삶을 살았기 때문에 정리에 대한 생각도 너무 다른 자매의 이야기를 그린다. 비혼인 언니는 일찍 자립해서 경제관념은 뛰어나지만 물건 버리기에는 젬병이다. 반대로 대학 졸업 후 바로 결혼해서 사회 경험이 없는 동생은 경제관념은 낮지만 물건 버리기는 잘한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자매가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며 관계를 회복해 가는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쌓아두는 엄마>는 혼자 사는 칠십 대 엄마가 육체적, 정신적 한계로 인해 버리지 못하고 집에 쌓아둔 물건들을 정리하는 딸의 복잡한 심경을 잘 보여준다.


<책벌레와 피규어 수집가의 신혼집 논쟁>은 책을 좋아하는 여자와 피규어 수집이 취미인 남자가 결혼을 위해 각자의 짐을 정리하기로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 시키기>처럼 처음엔 각자의 소유물을 정리하고 처분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해도 종국에는 해소되는 전개가 이어질 줄 알았는데 예상 밖의 전개가 이어져서 신선했다. <남편의 방>은 입원한 남편의 물건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그동안의 결혼 생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드는 물건을 발견한 아내의 이야기를 그린다. <며느리의 짐정리>는 남편과 아들을 버리고 집을 나간 며느리의 짐을 정리하는 시아버지의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곤도 마리에 :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처럼 물건을 버리지 못했던 사람들이 정리를 통해 문제를 인식하고 관계를 회복하면서 인생이 바뀌는 내용일 줄 알았다. 읽어보니 이 책은 버리는 과정이나 버리고 난 후의 변화가 아닌 버리지 못하는 문제 자체에 주목한다. 살 빠지면 입겠다고 몸에 안 맞는 옷을 가지고 있거나 몇 년째 책장에서 먼지만 쌓이고 있는 외국어 교재를 버리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가 어떤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그 물건의 가격이나 용도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상징하는 어떤 기대나 미련, 집착 때문이다. 역시 마음을 정리해야 물건도 정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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