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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 마스다 미리의 좌충우돌 여행기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북포레스트 / 202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원서로 읽은 책을 오랜만에 한국어판으로 다시 읽었다. 한국에는 2021년에 출간된 책이지만 원서는 2011년에 출간되었다. 그만큼 오래 전에 나온 책이라서 그런지, 아마도 지금의 마스다 미리 작가라면 하지 않았을 것 같은 행동, 쓰지 않았을 것 같은 문장이 많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불쾌했다거나 실망했다는 건 전혀 아니고, 그동안 여자 혼자 여행한 이야기로 에세이를 몇 권이나 낸 저자가 삼십 대 시절에는 혼자서 국내 여행조차 해본 적이 별로 없고, 혼자 여행하는 여자를 남들이 이상하게 볼 거라는 편견 때문에 먹고 싶은 음식을 못 먹거나 하고 싶은 체험을 포기한 적도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위안이 되고 용기를 주었다.
이 책은 저자가 서른세 살 끝 무렵부터 서른일곱 살까지 일본의 47도도부현을 한 달에 한 곳씩 여행한 기록을 담고 있다. '일본에는 도도부현이 47개나 있는데 전부 안 가보면 아쉽잖아?'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한 여행이지만, 생각처럼 쉽지는 않았다. 여행 초반에는 지역 명물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좋아하지도 않는 음식을 먹느라 고생했고, 혼자 여행에 익숙하지 않은 때라서 대화 상대가 없는 것이 외로웠다. 가장 놀란 건 비용이다. 여행에 쓴 돈을 모두 계산해 보니 무려 220만 엔. 원화로 약 2천만 원이 넘는다. 원흉(?)은 예상대로 교통비다. 여행지마다 '이번 여행에서 쓴 돈'이 정리되어 있는데 이 항목을 보면 교통비 비중이 가장 높다. (일본) 국내 항공편 비용이 몇십만 원 이러니 한국 갔다오는 게 차라리 싸다는 말이 나오지...
그렇게 비싼 교통비를 치르면서 도착한 여행지에서 하는 일이 산책하고 밥 먹는 게 고작이라서 심심하다, 아쉽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사실 나는 평소에 하지 않는 새로운 일, 특별한 일을 하는 여행보다 평소에 하는 일을 새로운 장소에서 하는 여행을 더 좋아한다. 이를테면 낯선 도시의 서점을 구경한다든지 강변을 걷는다든지. 그러면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후 서점에 가거나 강변을 걸을 때 여행을 계속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생각해 보니 이 책의 원서를 구입한 게 언젠가의 도쿄 여행에서였는데, 책만 봐도 그 때의 날씨와 서점의 풍경, 분위기 등이 떠오른다. 원서 사러 일본 가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