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의 바다 - 백은별 소설
백은별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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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거라는 내용의 기사가 하루에도 몇 개씩 쏟아진다. 실제로 어떤 업종들은 AI가 인간을 이미 대체했거나 조만간 대체할 예정이다. 아마도 이제 곧 인간보다 훨씬 유능하고 비용도 적게 드는 AI가 보편화 되어 더는 인간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남아 있는 인간들은 어떻게 자신의 쓸모를 증명할까. 인간 자신은 무엇을 위해 살아갈까. 베스트셀러 <시한부>의 작가 백은별의 신작 <윤슬의 바다>를 읽으면서 든 생각은, 인간에게 있어 존재의 이유, 삶의 목표란 결국 사랑이라는 것이다. 


고등학생 구윤슬은 어느 날 들른 도서관에서 한 학년 위의 선배 최바다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윤슬은 도서관 구석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바다에게 다가가 말을 걸 정도로 적극성을 발휘해 보지만, 바다는 묻는 말에만 간략하게 대답할 뿐 좀처럼 윤슬에게 곁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윤슬이 계속해서 다가가자 바다의 마음도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고, 결국 두 사람은 사귀기로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바다의 친구라는 사람이 윤슬에게 찾아와 바다를 조심하라고 말한다. 사실 윤슬에게는 그동안 바다에게 말 못한 비밀이 있는데, 바다의 친구로부터 바다의 비밀을 알게 된 윤슬은 자신과 바다의 기구한 인연을 알고 슬픔에 빠진다.


이 소설은 윤슬과 바다의 시점이 교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덕분에 바다를 좋아하지만 자신의 비밀 때문에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윤슬의 마음과 윤슬이 마음에 들지만 자신의 비밀 때문에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바다의 마음을 더욱 섬세하게 알 수 있고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특히 바다는 윤슬에게 '고요한 바다'라고 불릴 정도로 말이 많은 캐릭터가 아니라서, 바다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바다 시점의 파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자신과 가까워지는 사람은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곁을 주지 않았던 사람이, 그 사람이 결국 죽게 되더라도 끝까지 가보겠다고 마음을 먹게 하는 원동력은 뭘까. 그게 사랑일까, 진짜 사랑일까, 라고 묻는(다고 내 멋대로 해석한) 작가의 말 속 물음도 인상적이었다.


두 사람의 비밀이 초능력과 관계가 있어서 이 소설을 로맨스 판타지 소설로 분류할 수도 있겠지만, 초능력이 아니라 인종이나 국적, 계급 같은 구분에 의해 형성되는 약자성, 소수자성을 대입해도 성립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이런 구분, 차별을 뛰어넘는 힘은 결국 사랑에서 비롯된다고 이야기하는 소설이라서 지극히 인간적이라고 생각했고, 이런 메시지를 담은 소설이 더 많이 쓰이고 읽혀야 한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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