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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기분이 좋습니다 - 참으로 과테말라다운 행복에 관하여
가타기리 하이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위고 / 2018년 2월
평점 :

운동할 때나 산책할 때 나는 주로 TTS 기능을 이용해 전자책을 듣는다. 운동하거나 산책하는 동안에 심각하고 진지한 내용을 듣고 싶지는 않아서 여행 에세이 또는 일상 에세이 분야의 책을 즐겨 듣는다. <대체로 기분이 좋습니다> 이 책도 운동하면서 들었다. 저자가 <카모메 식당>에 출연한 일본 배우 가타기리 하이리라는 것도 놀라운데 그동안 많은 여행기를 읽었지만 한 번도 읽어본 적 없는 과테말라 여행기인 점이 흥미를 자극했다. 읽고 나니 가타기리 하이리도 과테말라도 전보다 더 좋아졌고 더 많이 알고 싶다.
1963년 도쿄에서 태어난 저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극단에 들어가 배우 외길을 걸으며 살았다. 연극,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바쁘게 살았던 저자는 한 살 어린 남동생과 거의 교류를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남동생 역시 이십 대 초반에 여행에 빠져 나중에는 아예 과테말라에 자리를 잡고 일본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90년대 어느 날 문득 남동생이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진 저자는 어렵게 동생과 연락이 닿아 과테말라를 처음 방문했다. 그로부터 13년 후 저자가 한 번 더 과테말라를 방문하면서 이 책이 시작된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저자가 처음 그리고 두 번째로 과테말라에 방문했을 때만 해도 과테말라는 전화가 잘 되지 않고 수도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정도로 사회 시설이나 과학 기술의 보급이 일본에 비해 늦었다. 그로 인해 불편한 점도 많았지만, 때때로 저자는 편리함이나 효율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일본인들이 놓치고 있는 것을 과테말라에서 발견하기도 했다. 가령 저자의 남동생 부부는 결코 부유하지 않은데도 가사 도우미를 여러 명 고용했다. 이유를 묻자 남동생은 이곳에선 이런 식으로 가난한 이웃들을 돕는다고 대답했다. 부를 많이 축적하는 것보다 고용의 형태로 부를 환원하는 것이 장려 되는 사회인 것이다.
과테말라 여행기와 함께 펼쳐지는 저자의 인생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저자의 가족은 결코 사이가 좋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교자를 만드는 날만은 엄청난 단결력과 협동심을 발휘했다는 이야기, 과테말라 사람인 남동생의 의붓아들이 일본에서 먹어보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음식 이야기도 뭉클했다. 과테말라에서 마시는 과테말라 커피는 의외로 맛이 없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았던 저자가 남동생이 산다는 이유로 과테말라산 커피를 마시다 커피를 즐겨 마시게 된 것처럼, 혼자서는 관심도 없었을 세계를 함께라서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