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악인가 : 세상 모든 곳의 전수미 - 안보윤

세상 모든 곳의 전수미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3
안보윤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0월

책 소개글을 읽고 사이 나쁜 자매에 관한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읽어보니 자매 서사가 맞지만 그것만 다룬 소설은 아니다. 

화자의 이름은 전수영. 가족으로는 아버지, 어머니, 한 살 위 언니 전수미가 있다. 전수미는 어릴 때부터 온갖 폭력 행위로 인해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 다수에게 피해를 입힌 전적이 있다. 전수영은 그런 언니를 (당연히) 싫어했고, 하루 빨리 어른이 되고 집을 나와서 전수미와 무관한 삶을 살기를 바랐다. 마침내 어른이 된 전수영은 온갖 직업을 전전하며 열심히 돈을 모아 겨우 내 방 한 칸을 마련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전세 사기로 날리고, 혐오 시설이 들어올 예정인 지역에 어렵게 방을 구한다. 알고 보니 그 혐오 시설은 여명이 길지 않은 반려견들을 돌보는 클리닉센터였고, 전수영은 집에서 가깝고 시급도 괜찮은 그곳에 취직한다.

사람들은 세상 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하지만, 전수미라는 '절대악'을 경험한 적 있는 전수영은 전수미만 없으면 어떤 세상도 살기 좋고 편한 곳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전수미에게서 벗어나 혼자서 살아보니 세상에는 전수미의 악과는 또 다른 차원의 악이 판을 쳤다. 전수미처럼 대놓고 사람을 때리고 괴롭히는 악 이외에 앞에서는 선한 얼굴로 친절하게 대하고 뒤에서는 악한 짓을 일삼는 악, 악인 걸 알지만 어쩔 수 없다며 악을 거드는 악 등 온갖 악이 혼재했다. 전수영은 악을 비난해도 비난하지 않아도, 악을 고발해도 고발하지 않아도 악이 되는 현실에 혼란을 느낀다.

악인을 욕하기는 쉽지만 악인이 되지 않기는 쉽지 않다. 누구처럼 초헌법적인 악을 저지르지는 않아도, 육식을 하거나 비행기만 타도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 시대에 살면서 스스로 악인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자는 몇이나 될까. 남을 비난하기 전에 나부터 돌아보자는 생각이 드는 한편으로 반려 동물 문화나 노인 간병 문제처럼 나를 돌아보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이슈들을 작가가 잘 짚어주었다는 생각을 했다. 절대악인 줄 알았는데 (소설을 다 읽고 나서 보면) 절대악만은 아닌 전수미의 서사를 좀 더 읽고 싶다(<밀레니엄> 시리즈의 리즈베트 살란데르 느낌이랄까... 작가님 써주세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