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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널 미워해 - 『정년이』 원작자가 쓴 유난한 사랑의 목록
서이레 지음 / 마음산책 / 2024년 11월
평점 :

지난 해 나를 웃기고 울린 콘텐츠 중에 <정년이>를 빼놓을 수 없다. 드라마 <정년이>를 보고 너무 재미있어서 원작 만화 <정년이> 단행본 전 권을 구입해 한 권 한 권 읽는 동안 얼마나 즐거웠던가. 나에게 이토록 충격적인 즐거움을 준 만화는 이전에 없었고(이건 확실)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이건 불확실). 그렇다면 <정년이> 원작자 서이레 작가님의 산문집 <미안해 널 미워해>도 읽어볼 밖에.
읽어보니 <정년이>의 주인공 윤정년이 썼나 싶을 정도로 문장이 솔직하고 일화들도 재미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어머니의 눈을 피해 몰래 만화를 탐독하던 어린 시절, 할 말은 하는 성격 때문에 '교무실 파이터'라는 별명이 붙었던 학창 시절, 작가가 된다는 꿈만 믿고 즐겁게 대학 생활을 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웹툰 작가로 데뷔하고도 인기작을 내지 못해 고민하던 사회 초년생 시절 등 좌충우돌하는 청춘 서사 그 자체다. 팬데믹 시기에 우연히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고 '그알 폐인'이 되셨다는 일화도 재미있었다. 나도 한 번 각 잡고 봐볼까.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사실 따로 있다. 바로 작가님의 인생 첫 만화가 김동화, 한승원 작가님의 <천 년 사랑 아카시아>였다는 것! 작가님이 초등학교 5학년 또는 6학년 때 동방신기가 데뷔했다는 걸로 보아 나보다 5, 6살 어리신 것 같은데 나도 아는 만화를 보셨다니 신기했고, 내가 그 만화에서 기억하는 유일한 장면을 작가님도 강렬하게 기억하고 계신 점이 놀라웠다. 돌이켜 보면 이 시절 만화 중에 충격적인 작품이 많았는데 지금도 읽히는 작품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재조명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