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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 - 한정원의 8월 ㅣ 시의적절 8
한정원 지음 / 난다 / 2024년 8월
평점 :

제목이 재미있다. 계절이 네 개인데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이라니. 그러면 그냥 계절 중에 제일 싫어한다는 말 아닌가, 라고 생각한 걸 반성하게 되는 글이 이 책에 있다. "여름은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이다. 세 번을 거쳐온 마음은 미약하다. 그래도 싫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 한껏 사랑할 수 없다면 조금 사랑하면 되지." (8월 7일 <조금 사랑하기> 중에서) 싫다고 말하는 건 쉽다. 싫다 대신 조금 사랑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 어려운 일을 애써 하는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인가.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꽃이 필 정도로 완연한 봄이지만 아직은 긴소매 옷을 입는 게 당연한 날씨다. 그러나 외출해서 걷다 보면 반팔 차림이 그리워질 만큼 더운 순간이 있는데, 그때마다 나는 여름이 곧 다가올 거라는 생각에 미리 괴롭고 이내 울적하다(그렇다. 내게도 여름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여름 아닌 계절에 이 책을 읽으니, 다가오는 여름은 조금에서 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사람이 쓴 책이지만 사슴, 멧돼지, 솔개, 매미, 고양이, 개 등 동물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좋았고, 나의 더위, 나의 추위만 살피지 말고 나보다 더 덥거나 추운 존재들이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