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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피아드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8월
평점 :

나의 공부와 독서는 페미니즘을 만나기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페미니즘을 만나기 전에는 그동안 내가 읽고 배웠던 것들이 남성의,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것들임을 인지하지 못했다. 남성 작가가 쓴 남성 중심의 서사, 남성 학자가 쓴 남성 중심의 역사와 학문을 배우는 것이 여성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걸 읽고 배우는 것 자체가 남성 중심주의와 가부장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강화하는 건 아닐까. 대부분의 남성들은 하지 않을 이런 고민을 여성인 나는 해야 하는 것 자체가 불평등 아닐까. 이런 고민을 하면서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읽을 거리, 공부할 거리를 찾아다니는 요즘이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 <페넬로피아드>를 읽어보길 권한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 대부분이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것들이지만, <페넬로피아드>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나오는 그리스신화의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 이야기를 여성의 시각으로 '다시 쓰기'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아 전쟁에 참전하느라 이십 년 동안 집을 떠나 있으면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힘들게 집으로 돌아오는 영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의 아내 페넬로페와 함께 성을 지킨 시녀들 입장에서도 그가 정녕 '영웅'일까. 작가는 이런 의문으로부터 이 소설을 착안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이 이 소설의 형식이다. 이 소설은 오디세우스 이야기를 페넬로페의 시점에서 다시 쓰기한 이야기와 시녀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코러스라인이 교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페넬로페와 시녀들은 오디세우스의 이중적인 잣대(남자는 열 여자를 거느려도 괜찮지만 여자는 순결해야 하고, 남자는 살인을 저질러도 처벌 받지 않지만 여자는 대의를 위한 행위일지라도 처벌받는)를 비난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왕비인 페넬로페와 시녀인 그들의 말로가 다르다는 점에서 같은 여성들 안에서도 지위와 계급의 차이에 따른 차별이 존재함을 알 수 있는 지점이다.